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고객 대상...연 5.5% 고정금리·최대 1000만원 한도 제공
고금리 속 중·저신용자 자금 조달 지원...금융 사각지대 해소 취지
포용금융 정책 방향과 맞물려...금융당국, 올해 중금리대출 31.9조원 공급 목표
가계대출 총량 압박 속 중·저신용자 1금융권 선택지↑...리스크 관리 등은 과제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하나은행이 2조원 규모의 자체 중금리대출을 내놓으며 가계대출 관리와 포용금융 사이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은행권 대출이 고신용자 등 우량 차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상품 출시는 중·저신용자의 1금융권 접근성을 넓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원큐안심중금리대출'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자체적으로 중금리대출을 개발해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개인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연 5.5% 고정금리와 최대 1000만원 한도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공급 규모는 총 2조원이다. 상품의 자세한 내용은 하나은행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 측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며 "(상품을 통해) 고객은 확정된 이자율을 적용받아 금리 변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체계적인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품은 포용금융 강화를 위해 중금리대출 확대를 추진해온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중신용자를 신용대출 시장의 '허리'로 보고,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31조9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해당 방안의 핵심이다.
업계는 이번 상품의 핵심으로 단순한 대출 한도 확대가 아니라 은행이 자체 상품으로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대출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간 중금리대출은 사잇돌대출 등 정책성 상품과 당국의 업권별 공급 유도 기조를 통해 확대돼 왔지만, 이번 상품은 은행이 자체 심사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성 상품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번 상품은 가계대출 총량관리 흐름 속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엄격한 총량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경우 중·저신용자의 은행권 대출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 민간 중금리대출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제한된 대출 여력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차주에게 우선 배분하려고 할 것"이라며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연체 가능성이 낮고 소득·상환능력 확인이 쉬운 고신용자와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심사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하나은행의 자체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용자가 1금융권 안에서 대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밝히면서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분에 대한 예외 인정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제시한 것도 서민·취약차주의 자금 사정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상품이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정교한 심사와 사후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포용금융 측면에서 필요성이 크지만, 경기 둔화나 차주의 상환 부담이 이어질 경우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자체 중금리대출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단순히 공급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차주의 소득 흐름, 기존 부채, 상환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연체 리스크를 관리해야 상품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별도 종료 시점을 정해두기보다 공급 목표 범위 내에서 한도 소진 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속도와 규모는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역시 은행의 일반적인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며 "차주의 상환능력과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연체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기존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