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롯데·하나 증가폭 상위권…KB국민카드는 비교 플랫폼 노출 중단으로 대응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은행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쏠리고 있다.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인 43조원을 돌파했다. 금리가 최고 14%대에 달하는 카드론으로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빚투가 확산되는 구도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전월 말(42조9830억원) 대비 2704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강화 조치로 지난 4월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던 카드론이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결정적 배경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조이기다. 최근 은행권은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타행 대출까지 합산해 인당 최대 1억원으로 신용대출 총한도를 강력히 묶었다. 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는 고소득자라도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억원을 넘게 빌리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증시 호황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은행 대출이 막히자, 수요가 카드업계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3년 7개월 만에 최대인 42조9516억원까지 불어난 데 이어 카드론까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빚투 자금이 은행 신용대출→마통→카드론 순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됐다.
카드론 역시 신용대출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다. 연소득의 100% 범위 내로 제한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은행보다 심사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16%~14.33%로, 은행 신용대출 금리(4~5%대)의 3배에 달한다. 14%대 금리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구조는 증시가 조금만 흔들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카드사별로 온도차도 있다. 5월 말 기준 전월 대비 증가율은 NH농협카드(1.65%), 롯데카드(1.15%), 하나카드(1.05%) 순으로 높았다. 반면 삼성카드는 0.31% 감소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카드론 증가세가 두드러진 삼성·현대·KB국민·롯데·BC·NH농협카드 6개사를 소집해 가계부채 및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이후 카드사들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결과다.
카드사들은 대출 영업 축소에 본격 나섰다. KB국민카드는 한시적으로 대출 비교 플랫폼 내 신용대출 상품 노출을 중단해 신규 고객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마케팅을 줄이거나 금리 할인 이벤트를 없애 체감 금리를 높이고, 신용도 평가 기준을 까다롭게 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 기조에 맞춰 관리하고 있지만, 한쪽을 조이면 다른 쪽으로 수요가 빠져나가는 구조라 총량을 완전히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규제의 역설도 나온다. 은행 대출을 강하게 틀어막을수록 더 비싼 카드론으로 수요가 밀려드는 흐름이 반복된다. 카드론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면 이번엔 저축은행·대부업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잔액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계속 강화하면 자금이 절실한 서민들이 대출 시장에서 밀려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빚투를 잡으려다 실수요자까지 벼랑으로 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