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빗썸에 최근 5년간 금감원 퇴직자 16명 재취업
정치권 인사 고문 논란까지 불거진 거래소…“인사·내부통제 외부 점검 필요”
전문가들 “취업심사 통과만으론 부족…역할·업무범위 사후관리 강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융회사와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감사·준법감시·사외이사 등 핵심 통제라인에 잇달아 배치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와 규제 전문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감독기관 출신 인력이 피감기관의 검사 대응이나 규제 방어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기존 은행·증권·자산운용사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두나무와 빗썸 등 주요 거래소가 금감원 퇴직자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공시 논란, ETF 내부통제 강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 규제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금감원 전관’ 수요가 업권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공시 논란 뒤 금감원 출신 사외이사 영입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은 사례는 삼천당제약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조철래 전 금감원 기업공시국장·특별조사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 사외이사는 자본시장과 공시, 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이번 선임을 이사회 전문성 강화와 공시·내부통제 체계 고도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선임 시점에 주목한다. 삼천당제약은 앞서 공시 논란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후 금감원 공시·조사 라인 출신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공시 신뢰 회복을 위한 인사”라는 해석과 함께 “규제 리스크 대응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동시에 나온다.
자본시장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 논란이 있었던 회사가 금감원 기업공시국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면 시장은 당연히 그 배경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전문성 보강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공시 품질이 개선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TF 내부통제 압박 속 자산운용사도 감사라인 보강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금감원 출신 인사 영입은 이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박용호 전 금감원 2급을 감사본부장 전무로 영입했다. 박 전무는 금감원에서 금융투자회사와 자산운용사 감독·검사, 제재, 공시 업무 등을 담당한 인물로 알려졌다.
회사는 감독·검사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인사는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당국의 내부통제 압박이 높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운용사들은 펀드 운용, 의결권 공시, 이해상충 관리, 유동성공급자 관리 등에서 당국의 점검을 더 촘촘히 받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질수록 운용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검사와 제도 변화에 밝은 인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들이 실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움직이느냐, 아니면 검사 대응 창구로만 쓰이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퇴직자, 로펌보다 코인거래소로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감원 출신 인력의 새로운 주요 이동처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금감원 퇴직자 16명이 디지털자산거래소 두나무와 빗썸에 재취업했다. 두나무가 9명, 빗썸이 7명이었다.
연도별 증가세도 뚜렷하다. 금감원 퇴직자의 디지털자산 업계 재취업은 2021년 1명, 2022년 2명, 2023년 0명이었지만 2024년 5명, 2025년 8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금감원 출신의 로펌 재취업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3명, 2023년 14명에서 2024년 7명, 2025년 9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기준 로펌과 디지털자산 업계 재취업 규모 차이는 1명에 불과했다.
가상자산 업계로 금감원 출신이 몰리는 것은 제도권 편입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데 이어 올해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2단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감독 수준이 기존 금융회사에 가까워질수록 거래소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 감시, 이용자 보호, 상장 심사 등에서 금감원 출신 인력을 선호할 유인이 커진다.
제도권 밖에서 커진 거래소, 인사시스템도 감독 대상 돼야
문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오랜 기간 제도권 밖에서 급성장해온 사업자라는 점이다. 은행·증권·보험사처럼 촘촘한 임원 자격 심사와 내부통제 규율을 받아온 금융회사와 달리, 거래소의 고문·자문역·대관 담당자 구성과 보수 체계, 업무 범위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과 검사 실무를 이해하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문제는 인사 시스템과 직무 범위가 외부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출신을 영입했다면 해당 인사가 내부통제 개선을 맡는지, 당국 대응과 대관 업무를 맡는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도 “가상자산 거래소는 더 이상 단순한 벤처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고객 자산을 대규모로 보관하고 시장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사·내부통제·이해상충 관리 체계도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빗썸 고문 논란으로 드러난 정치권 인사 활용 문제
거래소의 인사 리스크는 금감원 출신 영입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김병기 의원 차남의 빗썸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실 전직 보좌관이 빗썸의 비공식 자문 또는 고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해당 사안은 수사와 의혹 제기 단계인 만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거래소가 정치권 인사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는 향후 상장 심사, 이상거래 감시, 예치금 관리, 스테이블코인, 투자자 보호 등 굵직한 입법·감독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감독당국 출신뿐 아니라 정치권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까지 고문·자문역으로 활용한다면, 단순한 전문성 보강인지 규제·입법 대응용 네트워크 확보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금감원 출신, 정치권 출신, 법조계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돈으로 규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인식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취업심사 통과했다고 끝 아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의 민간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취업심사대상자는 퇴직 후 3년 동안,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 승인을 받으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취업심사를 통과한 이후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취업 전 심사만으로는 실제 이해충돌 가능성을 충분히 걸러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퇴직자가 취업 이후 어떤 업무를 맡는지, 감독당국을 상대로 한 검사·제재·인허가 대응에 관여하는지, 과거 재직 당시 확보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활용되는지 사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윤위 심사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해충돌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취업 이후 업무범위 제한과 위반 여부 점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처우 방치한 채 재취업만 막는 것도 한계
다만 금감원 출신 재취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 업무는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공시, 회계, 불공정거래, 가상자산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민간 금융회사와 로펌,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 같은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금감원 내부 처우와 민간 보상 사이의 격차다. 금감원 직원의 평균 보수는 일반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회사·대형 로펌·가상자산 업계가 제시하는 보상 수준과 비교하면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에는 공공성과 헌신만 요구하면서, 민간에서는 그 전문성을 높은 가격에 사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재취업만 막는 방식으로는 우수 인력 확보와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도 “금감원 출신 인력의 민간 이동을 규제하려면 동시에 금감원 내부 처우 개선도 논의돼야 한다”며 “감독 인력의 전문성을 공공 영역에 남겨두려면 그에 걸맞은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강화인지, 규제 방패막이인지 따져봐야
결국 관건은 금감원 출신이라는 경력이 아니라 실제 역할이다. 감사와 준법감시 조직에 배치된 전직 감독당국 인사가 상품 심사, 투자광고, 공시, 이해상충 거래, 소비자 피해 예방에서 독립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한다면 내부통제 강화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감독당국과의 관계, 검사 대응, 제재 수위 조율, 공시 리스크 방어에만 활용된다면 전관 영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공시 논란이나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직후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하거나, 제도권 편입을 앞둔 거래소가 감독당국·정치권 인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회사는 그 배경과 역할을 보다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와 상장사,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할 경우 단순히 ‘전문성 보유’라는 추천 사유만 밝히는 수준을 넘어, 해당 인사의 구체적 역할과 업무범위, 감독당국 상대 업무 관여 제한 여부 등을 공시하거나 외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금감원 출신 영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TF 시장 확대, 제약·바이오 공시 강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책무구조도 시행 등 금융·자본시장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취업 전 심사뿐 아니라 취업 이후 업무범위 관리, 반복 영입 기업의 책임, 금감원 인력 처우 현실화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