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돌고 돌아 다시 'CEO 직속'…LG 로봇에 지금 필요한 건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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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뒷談] 돌고 돌아 다시 'CEO 직속'…LG 로봇에 지금 필요한 건 '뚝심'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7.1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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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HS→베어로보틱스→다시 CEO 직속···8년간 사업 주체 변경
"단기 성과만 봐서는 사업 안돼"···‘인내 자본’으로 로봇 사업 키워야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전자가 지난달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고, 사업개발부터 영업·공급망·제조·운영까지 로봇 사업 전반을 한 데에 모으기로 했습니다. 연말 정기 조직개편을 넉 달여 앞두고 단행한 원포인트 개편이라는 점에서 로봇 사업을 바라보는 회사의 다급함과 의지가 동시에 읽힙니다.

문제는 이번엔 신설 조직이 과연 끝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LG전자 로봇 사업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기술이나 투자 자산의 부족이 아닙니다. 수익성과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내부 판단이 바뀔 때마다 조직의 소속과 사업 주체가 반복적으로 달라지는 '갈지자(之) 행보'가 리스크로 꼽힙니다. 이 지점이 현대차그룹보다 앞서 로봇 사업에 진출했음에도 현재 시장에서의 지위는 역전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LG전자 로봇사업부의 역사는 2017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작은 부서에서 개발하던 로봇을 2017년 CES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11월에는 여러 사업본부에 흩어져 있던 인력을 모아 CEO 직속 ‘로봇사업센터’를 만들며 로봇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연구조직에 머물던 로봇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로봇 사업의 수익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조직의 위치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2020년 말에는 글로벌 B2B 영업망을 활용해 클로이 안내·배송·서빙로봇의 사업화를 본격화한다는 명분으로 로봇사업센터를 BS사업본부에 편입했습니다. 이때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시기와 겹치면서 당시 스마트폰 사업부 인력이 로봇사업부로 편입됐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후 2024년 말 BS사업본부가 해체되자 로봇 사업은 또 다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로 이동했습니다. 로봇청소기와 이동형 AI홈 허브 등 홈 영역과의 시너지를 노린 조치였습니다.

로봇 사업부는 HS본부에도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이후 LG전자는 자체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을 외부 기업인 베어로보틱스로 옮기며, 기존 LG전자 로봇 조직의 핵심 인력도 베어로보틱스로 이동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LG전자는 다시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만들며 2018년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셈입니다.

물론 이번 조직은 과거 클로이 완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던 조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핵심 부품, 공급망, 가정용·산업용·상업용 로봇 사업을 연결하는 전사 컨트롤타워를 표방합니다.

그럼에도 로봇사업부가 CEO 직속에서 BS사업본부로, 다시 HS사업본부와 베어로보틱스로 옮겨졌다가 또다시 CEO 직속 조직으로 돌아온 과정은 LG전자가 사업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뚝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눈초리를 사기 충분합니다.

LG전자 로보틱스 사업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한 로봇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로봇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로봇 사업은 큰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1년에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는 사업부를 몇 년간 눈감아 줄 수 있는 대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로봇 사업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2~3년은 묵묵히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대기업은 CEO가 바뀌거나 조직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사업부의 위상이 널뛰기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로봇 사업이 결실을 맺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에 로봇 사업부를 베어로보틱스로 다 이관시킨 것 또한 로봇 사업이 가져다주는 손실을 LG전자의 장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입니다. 

이제 LG전자는 피지컬AI 붐을 타고 다시 CEO 직속으로 로봇조직을 신설했지만,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장부상의 부담을 본사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2018년 당시와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2028년 전후를 로보틱스 기업들의 실적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물류·협동로봇과 달리, 가정에서 여러 작업을 자유롭게 수행하는 휴머노이드가 같은 시기에 보편적으로 상용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

LG전자는 현재 핵심 폼팩터로 산업 및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CLOiD)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클로이드를 2027년께 실험실 밖 현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본격 판매라기보다 실증과 현장 검증에 가까운 목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현재 데이터 수집과 실증에 활용할 클로이드를 하루 한 대 안팎의 소규모로 제작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존에 제작하던 상업용 로봇인 클로이(CLOi)는 자체 생산이 중단됐으며, 관련 생산 기능을 넘겨받을 외부 업체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기존 생산 물량이 크지 않아 생산라인을 이어받을 사업자를 찾는 작업도 쉽지 않다는 전언입니다. 

LG전자가 추진하는 로봇 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점도 부담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할 수 있지만, 로봇은 모터와 감속기, 액추에이터, 센서, 배터리, 로봇손과 안전설계까지 물리적인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시장의 표준 폼팩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품 방향이 바뀔 때마다 개발비와 금형·생산설비 투자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결국 LG전자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로봇이나 조직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사업 초기에 적자가 이어지더라도 데이터와 기술, 생산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뚝심입니다.

비교 대상은 현대차그룹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매년 수천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순손실은 5000억원대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2028년 아틀라스를 제조현장에 투입하고 연간 3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흔들림없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막대한 자금 투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누적 적자와 상용화 지연은 여전히 현대차그룹이 감당해야 할 재무적 위험입니다. 다만 정의선 회장의 선 굵은 경영 이념으로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이어온 결과,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선명한 피지컬 AI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LG전자도 이미 충분한 퍼즐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제조 역량과 모터 기술, 생산기술원이 축적한 스마트팩토리 경험, 베어로보틱스와 로보스타,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에 이르는 로봇 포트폴리오도 있습니다. 최근 구축 중인 양재 데이터팩토리에는 초기 100대 규모의 클로이드를 투입해 로봇 행동 데이터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남은 문제는 이 퍼즐을 몇 년 동안 흔들림 없이 맞춰갈 수 있느냐입니다. 더욱이 지금의 LG전자 로봇 사업은 회사 내부의 미래사업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피지컬 AI 성장 가능성을 믿고 LG전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크게 늘었고, 단기간의 주가 급등 과정에서 높은 가격에 진입한 주주도 적지 않습니다. 시장은 이미 LG전자의 기업가치에 로봇과 피지컬 AI의 성공 가능성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조직 이동과 전략 수정이 반복돼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제 LG전자에는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피지컬 AI라는 미래를 먼저 제시하고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린 만큼, 이번에는 정말 로봇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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