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로보·LS에식스 등 ‘3%룰’ 영향권
IB업계, 중소형 딜 중심으로 상장 재개 기대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제도 불확실성에 막혀 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재가동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소형 IPO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먼저 나타날 수 있는 반면,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 딜은 주주 동의와 보상안 마련에 시간이 걸려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일반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자사주 소각이나 현금·현물배당 등 실질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도 거쳐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시장에서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그간 지연됐던 IPO 딜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IPO 시장은 규제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며 뚜렷한 침체를 겪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사는 코스피 1개사와 코스닥 16개사 등 총 17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38개사와 비교하면 55.3%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총 공모 규모도 1조13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2095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상장 지연은 재무적투자자(FI) 회수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SK에코플랜트는 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132만7868주를 6500억원에 취득하며 사실상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당초 2025년으로 제시했던 IPO 시점을 2027년으로 미루고, FI 지분 약 절반을 사들였다.
다만 회복 신호도 감지된다. 올해 2분기 상장예비심사 청구 건수는 34건으로 1분기 11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서는 소노인터내셔널을 비롯해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무신사 등의 연내 IPO 추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 IPO는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에도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확보, 주주가치 훼손 방지책 마련,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 입증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은 오는 1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일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부터 적용된다.
시장 관심은 기업가치가 수조원대로 거론되는 로봇·첨단제조 계열사로 향하고 있다. HD현대의 고성능 로봇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와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LS에식스) 등이 대표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물적분할 자회사인 만큼 새 가이드라인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일반 자회사와 달리 모회사 주주 동의 요건을 대체할 수 있는 예외 심사를 적용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 보호 방안과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시하고, 주주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물적분할이 아닌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편입된 자회사라는 점에서 적용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모회사 주주 동의 의무가 즉시 적용되기보다는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한 뒤 한국거래소의 특례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대로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으로 IPO 추진에 탄력을 받을 기업도 있다. 대명소노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소노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코스닥 상장사인 티웨이홀딩스 등을 자회사로 둔 상태에서 모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구조다. 호텔·리조트 중심의 본업도 계열사 사업과 직접적으로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복상장 규제의 적용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확정으로 딜 추진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이제 주관사와 발행사가 공모 구조만 설계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모회사 주주 구성과 의결권 확보 가능성, 자회사 독립성, 주주환원 재원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해 대형 계열사 딜은 준비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IPO 당담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물적분할 자회사와 인수형 자회사에 대한 잣대가 명확해진 것은 시장 입장에서 분명한 진전"이라면서도 "다만 3%룰을 충족하려면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국내 대기업 구조상 주주총회 통과 자체가 쉽지 않아, 실제로는 대어급 자회사일수록 상장 시점을 뒤로 미루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