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시정조치 수용한 구글, 한국에도 동일 정책 적용해야”
“외부결제 허용해도 실제 부담 31~36%…인앱결제 금지법 유명무실”
“방미통위·공정위, 최고 수준 제재하고 피해 구제 나서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구글이 미국에서 제3자 앱마켓과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와 시민사회가 “한국에서만 여전히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의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외부결제를 선택하더라도 구글·애플에 26% 안팎의 수수료를 내고 결제대행(PG) 수수료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해 실질적인 수수료가 30%를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특히 업계는 이번 구글의 미국 정책 변화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인앱결제 관련 규제 및 손해배상 논의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구글이 “보안과 생태계 유지를 위해 인앱결제와 앱마켓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미국에서는 경쟁 앱마켓과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와 디지털주권회복 시민위원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앱결제 수수료 피해게임사연대, 한국게임개발자연대 등은 지난 31일 공동성명을 내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신속한 제재와 국내 중소게임사 피해 구제를 요구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구글·애플 집단소송 대표원고인 팡스카이를 비롯해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한국게임이용자협회,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예술인협회, 게임정상화 언론인모임, 게임정상화 농구인 모임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선 외부결제 사실상 0%…한국은 26%+PG 수수료”
논란의 핵심은 ‘같은 구글인데 국가별로 다른 수수료 정책’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구글이 외부결제에 사실상 0%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인앱결제 수수료가 최대 30% 수준이고, 외부결제를 이용하더라도 구글·애플이 26%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외부 결제대행(PG) 수수료까지 붙으면 게임사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31~36%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업계 측 주장이다.
유럽과 일본도 경쟁 확대를 이유로 외부결제를 허용하면서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공동성명이 제시한 비교자료를 보면 유럽의 경우 외부결제 수수료가 일반 개발자 기준 20%, 소규모 개발자는 10% 수준이고, 일본도 구글의 외부결제 수수료가 일반 개발자 기준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한국은 2021년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외부결제에 높은 수수료를 붙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인앱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구글, 미국에서는 경쟁 앱마켓까지 허용…한국에선 왜 안 되나”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미국에서 나타난 구글의 정책 변화다.
구글은 지난 7월 미국에서 제3자 앱마켓을 구글 플레이 내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구글 공식 안내에 따르면 7월 22일부터 미국에서 제3자 앱스토어 프로그램이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했고, 미국 개발자들은 대체 결제 시스템과 외부 결제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해외 정책 변화가 아니라 국내 규제 판단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공동성명은 “구글이 미국에서 경쟁 앱마켓과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 한국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했던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피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글은 그동안 Play Billing을 통한 결제가 보안과 안드로이드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쳐왔지만, 미국에서는 법원의 시정조치에 따라 경쟁 앱마켓과 대체 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 구글도 미국에서 외부 결제 및 대체 결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3자 앱마켓 유통도 시작했다.
게임업계가 “한국 개발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용기 위원장 “10%만 낮춰도 1조7000억원 국내에 남아”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장은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에서 빠져나가는 플랫폼 수수료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국내 게임 이용자가 약 2900만명에 달하고 게임 결제 규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구글이 매년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수료를 10%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약 1조7000억원이 국내에 남을 수 있다는 게 캠페인위원회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또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국내 빅세븐 게임사들의 동참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묵묵부답”이라며 “게임산업 전체가 직면한 문제인 만큼 대형사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호소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서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대형 게임사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침묵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집단소송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외부결제 선택권 있어도 중소 게임사는 사실상 못 써”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외부결제 선택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결제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려면 결제 인프라와 보안, 본인인증, 고객 응대, 환불 처리, 해외결제, 부가가치세, 정산관리 등을 게임사가 직접 감당해야 한다.
대형 게임사라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 게임사에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다. 여기에 앱마켓 사업자가 외부결제에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면 실질적으로 외부결제로 전환할 유인이 사라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핵심은 “앱스토어를 떠날 자유가 아니라 앱스토어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자유”라고 주장한다. 외부결제를 허용하되 합리적인 수수료를 적용하고, 외부결제 이용을 이유로 검색·노출 등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미통위·공정위 압박…“이제는 제재할 때”
이번 사안은 단순히 게임사와 플랫폼 간 수수료 협상을 넘어 금융·공정거래 규제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의 심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공정위에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을 신속하게 의결해 국내 앱 생태계의 공정경쟁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구글에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쟁 앱마켓 개방과 외부결제 정책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국내 개발자와 게임사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피해회복 협의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7월 구글의 앱마켓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와 관련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사무처는 7월 1일 구글 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코리아를 대상으로 심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위법성과 제재 방안 등을 담은 절차를 개시했다. 다만 심사보고서의 판단과 제재안은 최종 의결을 구속하지 않는다.
결국 향후 관건은 ‘수수료를 얼마나 낮추느냐’에서 ‘과거에 이미 낸 수수료를 어떻게 할 것이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인하보다 더 중요한 건 과거 피해 환급”
현재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은 단순한 미래 수수료 인하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지급한 수수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 과거 손해에 대한 환급 또는 손해배상 문제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 측은 구글이 미국에서 경쟁 앱마켓과 외부결제를 실제로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보다 제한적인 대안이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 과도한 수수료가 불가피한 비용이 아니었다는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플랫폼 경쟁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30%가 비싸냐 싸냐’가 아니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환경에서 결제 수단과 가격 조건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특히 해외에서 동일 사업자가 경쟁 확대와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인 만큼 국내 규제당국도 과거의 시장 구조와 현재의 글로벌 정책 변화를 함께 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몇 %로 정할 것인지는 결국 시장과 규제당국이 판단해야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 외부결제 선택권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플랫폼이 파이를 키워야…정부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등은 결국 ①인앱결제 강제 금지 ②외부결제에 대한 차별적 조건과 26% 수수료 부과 금지 ③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 책정 ④영업보복 금지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구글이 미국에서 정책을 바꾼 만큼 한국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기 위원장은 “게임산업의 파이를 플랫폼과 게임사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취지로 구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와 정부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이제 공은 규제당국으로 넘어갔다.
공정위가 심의 절차에 착수한 상황에서 방미통위까지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경우 수수료율 문제는 과거 피해에 대한 환급·손해배상, 향후 결제시장 경쟁구조까지 한꺼번에 건드리는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 구글이 제3자 앱마켓과 외부결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만큼 국내 게임업계가 제기하는 “왜 한국만 다른가”라는 질문에 정부와 구글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