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신후 기자]
“빌딩 감정가가 약 8%만 하락해도 배당이 중단되고, 15% 하락하면 채무불이행(EOD)까지 발생.”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실태를 점검하며 업계에 공유한 사례다. 금감원은 당시 형식적인 투자심사와 미흡한 위험분석을 지적했는데, 이후 발표된 금융권 통계에서도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부실 우려는 여전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업계에 공유하면서 일부 금융회사의 형식적인 투자심사와 미흡한 사후관리 사례를 언급했다. 대표 사례로 제시된 A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 당시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준으로 빌딩 감정가가 약 8% 하락하면 배당이 중단되는 ‘캐시트랩(Cash Trap)’이, 약 15% 하락하면 채무불이행(EOD·Events of Default)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금감원은 감정가 하락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충분한 위험 분석 없이 투자가 이뤄졌고, 이후 실제 건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캐시트랩이 발동된 데 이어 EOD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수의 부실 펀드에서는 투자 심사 과정에서 민감도 분석이나 최악의 상황(Worst Case)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고, 매도자가 제시한 미래 영업이익 전망을 별도 검증 없이 그대로 적용하는 등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셀다운(재매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투자를 결정하거나 일반투자자의 손실 감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 판매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대체투자는 투자 기간이 길고 해외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위험 변수를 반영해 낙관적인 전망을 견제할 수 있는 심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제시된 문제의식은 최근 금융권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 6월 발표된 ‘2025년 말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단일 사업장 투자 32조3000억원 중 채무불이행(EOD) 사유가 발생한 투자 규모는 2조800억원으로 전체의 6.45%를 차지했다. 업권별 투자 잔액은 보험사가 31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는 7조2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투자협회 및 업계와 공동으로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하반기 중 개정된 모범규준의 이행 실태를 점검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특이동향이 발생했거나 손실률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정 손실 인식과 감정평가 최신화 등을 유도해 건전성 관리 수준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업계에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하도록 리스크관리 부서에 적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심사체계를 마련한 회사의 금융사고 발생 비율은 다른 회사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며 “CEO가 직접 조직 차원의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심사와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대체투자는 투자 심사 단계에서 리스크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사후관리 과정에서도 EOD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신후 기자 kswho9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