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 마트 무인 키오스크서 상품권 거쳐 가상자산으로 세탁
“통장 양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5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
키오스크 상품권 구매한도 1회 500만원→1회·1일 각 100만원 축소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로챈 피해금을 대형마트 무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으로 바꿔 세탁하는 신종 수법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겨 피해를 입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범행은 계좌 확보, 피해금 편취, 자금세탁의 세 단계로 이뤄진다. 사기범은 먼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신용점수가 낮아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접근한 뒤 “카드 사용 실적이 없어 대출이 부결됐으니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실적을 쌓으면 한도가 나온다”고 속인다. 이어 상품권을 대신 구매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체크카드와 통장을 넘겨받는다.
이렇게 확보한 계좌는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받아내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된다. 사기범은 다른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제안한 뒤 기존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기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은 약정 위반”이라며 즉시 상환을 압박하고, 상환 계좌라며 앞서 확보해 둔 개인 명의 계좌를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해 피해자를 주변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수법도 동원됐다.
계좌에 피해금이 입금되면 수거·인출책이 곧바로 무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현금화한 뒤 해당 자금으로 가상자산을 매입해 해외 총책에게 송금하는 구조다.
문제는 대출 절차인 줄 알고 통장과 체크카드를 건넨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한 명의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고 넘겼다면 사기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 계좌 개설과 대출 이용도 제한된다.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상품권이나 귀금속, 외화 등 환금성 높은 물품의 구매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며, 상품권을 사면 대출이 된다는 안내는 예외 없이 사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수법은 피해금이 입금된 지 몇 분 만에 상품권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경찰이나 금융회사 콜센터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감원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 등 상품권 발행사와 협의해 무인 키오스크의 상품권 구매 한도를 기존 1회 500만원에서 1회·1일 각 100만원으로 낮췄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ASAP)을 활용해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권을 사면 대출이 된다’는 말은 100% 사기이며, 통장·체크카드를 넘기는 순간 피해자가 아니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카드를 건넨 뒤 뒤늦게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즉시 해당 금융회사에 카드 분실·정지 신고를 하고 계좌 거래를 중지시킨 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