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후보에 출자금·예금·대출·공제 실적 요구…금고별 기준 달라
중앙회, 정기·수시검사권 갖고도 사고 사전 차단 못해…‘1차 감독’ 실효성 논란
금감원 “동일 기능·동일 규제”…행안부, 신용사업 감독권 일부 이관도 검토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새마을금고에서 대규모 부당대출과 부적정 자금 집행에 이어 대의원 선거를 둘러싼 분쟁까지 잇따르면서 행정안전부 중심의 외부 감독체계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자체 지도·감독 기능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새마을금고 개혁 논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문제를 계기로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길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개별 금고를 가장 가까이에서 검사하는 중앙회가 대규모 부당대출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문제가 확인된 뒤에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졌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감독기관 변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00억 부당대출 수사 중 또 200억…중앙회는 사후 고발
경기 성남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금고 직원과 부동산 개발업자 등 29명이 페이퍼컴퍼니 22개를 이용한 이른바 ‘명의 쪼개기’ 방식으로 약 180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일부 금고 직원이 건설사의 사금융 조직처럼 움직였으며, 부당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체된 상태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4년 해당 금고에서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파악한 뒤 경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기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4년 12월에도 같은 금고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약 200억원의 대출이 추가 실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중앙회는 이후 감사 과정에서 추가 대출 정황을 확인해 경찰에 고발했다. 중앙회가 사후 감사와 고발에 나섰지만, 이미 대형 사고가 수사 중이던 금고에서 비슷한 방식의 대출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시감시와 위험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 빠뜨리고 2억5000만원 집행…중앙회 “부적정” 판단에도 무징계
같은 금고의 문화원 운영 과정에서도 내부통제 문제가 확인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검사 결과 해당 금고는 문화원장 직제를 신설하면서 필요한 이사회 의결과 대의원총회 승인, 정관 개정, 직제 개편, 인건비 예산 편성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문화원장과 사무원에게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약 2억5000만원이었다.
중앙회는 직제 편성과 용역비 지급 방식이 부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관련자에 대한 별도 징계는 요구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통보하는 데 그쳤다.
중앙회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두 갈래다. 문제가 수년간 지속되는 동안 발견하지 못한 ‘사전 감독’의 문제와, 적발한 뒤에도 책임자 문책으로 연결하지 않은 ‘사후 제재’의 문제다.
예금·대출 많이 해야 대의원?…금융거래 실적을 후보 자격에 연계
회원이 금고 경영진을 견제하는 대의원 제도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한 새마을금고의 ‘대의원 선거규약 개정 및 주요사항 안내’를 보면 대의원 후보는 출자금 20좌 이상을 1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입출금 자유예금 평균 50만원 이상, 저축성예금 평균 150만원 이상, 대출금 평균 150만원 이상, 공제 유효계약 2건 이상 등 4개 금융거래 항목 가운데 2개 이상을 충족하도록 했다.
해당 안내문은 1좌의 금액을 2만원으로 명시하고 있어 출자금 요건은 40만원 이상이다. 예금이나 대출, 공제상품 이용 실적이 회원 대표인 대의원 후보 자격과 직접 연결된 구조다.
이 같은 세부 기준은 전국 모든 새마을금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일 법정 기준이 아니라 개별 금고의 정관과 대의원 선거규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고별 자율성을 인정하더라도 금융상품 거래실적을 대의원 피선거권과 어느 범위까지 연계하는 것이 적절한지, 중앙회 차원의 공통 기준과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회원 76.5% 지역 대의원은 41%…선거무효 소송 예고
대의원 선거구와 투표 절차를 둘러싼 분쟁도 발생했다.
지난 5월 영양청송새마을금고 대의원 선거에서는 청송지역 회원들이 선거구 획정과 투표소 운영, 후보자 기호 부여 등의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공식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출자회원은 영양 2407명, 청송 7838명으로 청송지역 회원이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선 대의원 120명 가운데 영양은 71명, 청송은 49명으로 청송 비중은 40.8%에 그쳤다.
청송지역 회원들은 선거구 획정과 투표 환경 때문에 대표성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선거무효 소송과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금고 측은 합병 이후 첫 선거인 데다 법원 조정 이후 촉박한 일정 속에서 투표소를 마련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원이 이사회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대의원 제도 자체가 분쟁에 휘말린 만큼, 중앙회가 금융건전성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과 피선거권 기준 등 단위 금고의 지배구조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회, 2년마다 검사·수시검사 권한…“권한 없어서 못 막았다” 하기 어려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단순한 사업지원 조직이 아니다.
새마을금고법은 중앙회장이 단위 금고를 지도·감독하고 필요한 규정을 제정하거나 보고서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중앙회장은 각 금고의 재산과 업무집행 상황을 2년마다 한 차례 이상 검사해야 하며, 감독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시검사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회에 아무런 권한이 없어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상 권한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더라도 현재 가진 검사권과 보고 요구, 조치 요구 수단을 사고 예방과 조기 적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행안부는 금고뿐 아니라 중앙회도 직접 감독하며, 필요하면 중앙회 업무와 재산을 검사하고 시정 등 감독상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중앙회 임직원에 대한 제재와 중앙회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도 법에 마련돼 있다.
향후 제도개선에서는 중앙회의 단위 금고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만큼 중앙회의 감독 실패에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사고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될 경우 개별 금고 검사와 별도로 중앙회의 검사 과정과 위험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중대한 감독 소홀이 확인되면 중앙회와 담당 임원에게 기관경고나 시정명령, 인적 제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앙회가 단위 금고에 어떤 조치를 요구했고 금고 이사회가 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중앙회와 단위 금고가 사고 이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신중론…금감원 “동일 기능·동일 규제”
금융당국 안에서는 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놓고 온도차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감독권의 즉각적인 이관보다 경영 정상화와 관계부처 협의를 우선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금융위는 2023년 새마을금고 감독권이 금융위로 이관된다는 보도에 대해 “감독권 이관보다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영혁신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에도 정상화 작업 이후 감독권 문제를 관계부처와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감독체계 일원화에 적극적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동일 기능에는 동일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일부 상호금융의 감독체계가 미흡해 범정부 차원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현재 특별관리 TF를 운영하며 합동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검사 대상 금고는 지난해 32곳에서 57곳으로 늘었고 상반기에 35곳에 대한 검사를 마쳤다.
행안부는 올해 말부터 감독체계를 다시 논의하면서 신용사업 관리·감독 권한 일부를 금융당국에 이관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권한 범위나 이관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286조 금융기관…전문가 “중앙회 내부통제 정비가 본질”
2025년 말 기준 전국 1251개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286조7000억원, 총대출은 183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1조2658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연체율은 5.0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감독기관을 금융당국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금융위로 감독권을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수많은 단위 금고를 정부가 모두 직접 감독하기 어려운 만큼 중앙회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천창민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다른 상호금융에서도 PF와 연체율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감독권 이관만으로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새마을금고만의 사안도 아니다. 지역 농·축협 역시 단위 조합이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농협중앙회가 1차적인 감사·통제 기능을 수행하지만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중앙회 중심 자율감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라 있다. 금감원도 올해 새마을금고와 지역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 직접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새마을금고 개혁의 핵심은 ‘행안부냐 금융위냐’라는 감독기관 선택에만 있지 않다.
신용사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중앙회의 검사·제재가 단위 금고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만들고, 중앙회가 대형 사고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을 때 중앙회와 감독 담당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이사회와 대의원이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선거구 획정과 피선거권 기준 등 단위 금고의 지배구조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