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지 ‘휴머노이드 레퍼런스’·에스비비테크 ‘현대차그룹 양산 경험’ 강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에 탑재할 액추에이터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핵심 부품인 감속기 공급망에 어떤 기업이 편입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모비스는 국산 감속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 아래 복수 업체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아직 로봇 액추에이터용 정밀 감속기 공급업체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 등 국내 기업의 감속기 샘플을 받아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적용을 위한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틀라스 액추에이터 시제품 공급선이 '분수령'
현대모비스는 오는 11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아틀라스용 로봇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제품은 아틀라스에 적용되는 총 31종의 바디 액추에이터로, 의왕연구소 등에 구축한 전용 라인을 통해 제작되는 초기 샘플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제품을 생산하고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 중심의 ‘멀티스페킹’을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해도 로봇용 감속기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양산 페이즈(phase)에 진입하면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액추에이터는 굉장히 정밀한 기기라 회사의 용도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중요한데 외국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이 강점이 있다"며 "국내 기업 제품을 활용하지 않으면 국내 로봇 제조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대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가 유력 후보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현재 감속기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하모닉 감속기 설계 기술과 양산설비를 동시에 갖추고 실제 휴머노이드향 레퍼런스까지 확보한 업체는 양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에스피지, 휴머노이드 누적 레퍼런스가 강점
에스피지의 강점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이미 확보한 공급 레퍼런스다. 업계에 따르면 에스피지의 정밀감속기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되고 있다. 감속기를 넘어 모터와 제어기를 결합한 액추에이터 모듈로도 제품군을 확대하며 로봇 구동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카이로스(KAIROS)’의 표준 구동모듈에도 에스피지의 정밀감속기가 적용됐다. 해당 구동모듈은 카이로스의 허리와 고관절, 발목 등 큰 감속비와 높은 강성이 요구되는 핵심 관절에 탑재됐다. 에스피지는 기계연과 함께 휴머노이드 표준 플랫폼에 적용할 핵심 구동부품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에스피지가 휴머노이드 적용 레퍼런스에서 앞선다면 에스비비테크는 현대차그룹의 실제 로봇 양산 공급망에 진입해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에스비비테크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의 DnL(Drive & Lift) 모듈에 들어가는 조향·편심 구동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DnL 모듈은 주행과 조향, 제동, 자세제어 기능을 통합한 모베드의 핵심 장치다. 에스비비테크는 이 가운데 바퀴의 방향과 높낮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구동부품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해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한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양산 공급 단계에 들어갔다. 회사 측에 따르면 모베드에 적용되는 조향·편심 구동부품 생산을 위해 천안공장에 전용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의 실제 양산 로봇 공급망에 진입한 경험을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에스비비테크, 현대차 · LG전자 레퍼런스 우위
대기업향 정밀감속기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8월 국내 대기업과 약 19억원 규모의 정밀감속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와 공급 시기 등을 토대로 LG전자 휴머노이드 클로이드(CLOiD)향 물량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양사의 경쟁이 주목받는 것은 아틀라스가 본격 양산에 들어설 경우 감속기 공급 물량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모비스 역시 이에 맞춰 미국 현지에 연간 35만개 규모의 액추에이터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아틀라스 한 대의 가격은 약 1억 8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감속기는 액추에이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아틀라스가 풀로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 시 투입되는 감속기 금액은 연간 7500억원에 달한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을 하나의 모듈로 최적화해야 하는 만큼 양산 설계가 확정된 이후에는 핵심 부품 공급사를 교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공급망에 편입되는 기업이 대규모 장기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액추에이터는 양산 구조가 한번 세팅되면 부품 구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액추에이터 종류에 따라 공급사를 달리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바디나 하체, 손목 등 관절별 액추에이터 세팅이 끝나면 해당 부품사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