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모두 이달 인상 마무리…실적 부진 만회 위한 리테일 승부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신규 고객만을 겨냥한 파격적인 우대금리 설계로 수신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대표 정기예금 상품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먼저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연 3.2%에서 3.4%로 0.2%포인트 올린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비대면 전용 상품인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금리를 기존 연 3.1%에서 3.6%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본금리 자체도 6개월~1년 만기 기준 기존 연 2.1%에서 2.6%로 0.5%포인트 올랐는데, 여기에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지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이 우대금리의 적용 조건이다. '첫거래우대' 상품은 신규 가입 직전 연도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았던 고객에게만 연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즉 기존 우리은행 거래 고객이 아니라, 다른 은행을 주로 이용해온 고객이 우리은행으로 갈아탈 때 가장 높은 혜택을 받는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상품명 자체도 '첫거래'를 명시할 만큼, 신규 고객 유치라는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공격적 행보는 최근 우리은행이 처한 실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60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조3730억원으로 11.9% 줄며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신한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도 1조원 넘게 벌어진 상태이고, 지난 1분기에는 순이익 규모(5312억원)에서 NH농협은행(5577억원)에마저 밀리며 5대 은행 중 5위로 내려앉은 바 있다. 대출 총량 규제로 자산 성장이 제한된 만큼, 수신 기반이라도 넓혀 향후 영업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예금금리 인상은 우리은행이 지난 7월부터 추진해온 리테일 영업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취임 2년 차를 맞아 그동안 자본 건전성 관리에 방점을 뒀던 경영 기조를, 리테일 경쟁력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 7월 초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조직을 리테일영업총괄부 산하로 편입해 고객 데이터 분석과 영업 전략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했고, 같은 달 2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데이터 기반 영업체계·전행 시너지·내부통제를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정 행장은 당시 "이제는 지금까지 다져온 고객 기반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외형만 늘리는 영업이 아니라,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진성 영업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파격적인 예금금리 설계도 이런 '고객 기반 확대'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사례로 볼 수 있다.
그간의 체질 개선 성과도 이번 공격적 행보의 기반이 됐다.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024년 말 13.1%에서 올해 6월 말 15.3%로 2.2%포인트 상승해 은행권 상위 수준을 회복했고, 이렇게 확보한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상반기 원화대출금도 7조8000억원 늘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7월 우리은행의 은행자체등급(VR)을 'A-'에서 'A'로 상향하기도 했다.
다만 이달 들어 예금금리를 올린 건 우리은행뿐만이 아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9일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연 3.20%에서 3.40%로 0.20%포인트 올린 데 이어, 하나은행도 10일 '하나의 정기예금'을 연 3.20%에서 3.30%로, NH농협은행은 11일 'NH올원e예금'을 연 3.25%에서 3.45%로 각각 인상했다. 오늘(14일)에는 KB국민은행도 대표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만기 구간별로 0.15~0.60%포인트 올리면서, 이달 안에 5대 은행 모두가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마무리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2년 이상 4년 미만 구간에서 연 2.40%→3.00%로 0.60%포인트나 올려, 단일 구간 인상 폭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보다도 큰 조정을 단행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고객만을 표적으로 삼아 별도 상품을 설계하고 최고 금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단순 금리 인상을 넘어 특정 고객군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번 예금금리 인상 경쟁은 은행권의 수익성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지난 3월 1.512%포인트에서 7월 1.298%포인트로 0.214%포인트 줄었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예대마진이 좁아지는 흐름인데, 우리은행처럼 공격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는 은행일수록 이런 마진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다만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마진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고객 기반 자체를 넓히는 게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예금금리 인상과 별개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780조9677억원으로 8월 말보다 1조1514억원 줄며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대출은 조이고 예금은 늘리려는 이중 전략이 은행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신규 고객 유치라는 결로 이 국면에 가장 뚜렷한 색깔을 낸 은행으로 꼽힌다. 정진완 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놓은 이번 리테일 승부수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연말 실적 발표를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경쟁이라는 공통된 배경이 있지만, 우리은행의 이번 상품은 기존 고객의 자금 이탈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타행 고객을 직접 유입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금리 혜택을 앞세워 신규 고객을 확보한 뒤 카드·대출·자산관리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조달비용과 예대마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결국 확보한 고객을 얼마나 장기적인 거래 관계로 전환하느냐가 이번 리테일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