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산업재편, 고령화, 국가채무 등 공통 과제 논의
국세청 방문은 2008년 이후 첫 세정 고위급 교류
신규 협약 등 구체적 후속 조치는 미공개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독일 연방하원 재정위원회 대표단이 9월 13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재정·금융·세정 정책과 산업 전환 대응 사례를 살펴봤다. 대표단은 기획예산처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은행연합회 등을 찾아 AI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과 저출생·고령화, 국가채무, 금융시장 안정, 전자세정 및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양국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재정·금융·세정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교류 일정으로 진행됐다.
대표단 구성과 방한 배경
1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독일 대표단은 크리스티안 괴르케(Christian Görke) 독일 연방하원 재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이끌었다. 독일 연방하원 공식 자료에 따르면 대표단에는 기민·기사연합(CDU/CSU), 독일을 위한 대안(AfD), 사회민주당(SPD), 동맹 90/녹색당, 좌파당 소속 의원들이 포함됐다.
독일 연방하원은 한국과 독일이 모두 수출 지향적 산업국가로서 산업 경쟁력과 성장잠재력 약화, 인구구조 변화, 국가채무 등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방문 배경으로 들었다. 독일 연방하원 재정위원회가 제시한 관심 분야에는 조세·재정·관세 정책, 금융시장 안정, 금융시장 디지털화와 혁신, 자금세탁·탈세·금융범죄 대응 등이 포함됐다.
대표단은 이번 방한 기간 기획예산처, 금융위원회, 국세청, 은행연합회를 만났다.
기획예산처, 성장과 재정 균형 논의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대표단과 산업구조 재편, 저출생·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 차관은 구조적 전환기에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지만,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성과가 미흡한 분야에는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재정 운용 방향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독일 측은 국방·인프라·디지털 분야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재정규율을 유지해야 하는 자국의 과제를 설명했다. 양측은 성장투자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금융위, 생산적 금융과 시장안정 협의
금융위원회 면담에는 괴르케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하원의원 7명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표단에 저성장·인구감소·AI 도입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금융정책을 소개했다.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 방향과 국민성장펀드, 자본시장 혁신 정책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양측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과 시장안정의 중요성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시장안정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자본시장과 디지털금융 등 공통 관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고 금융회사의 상호 진출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국세청, 17년 만의 세정 고위급 교류
독일 연방하원 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국 국세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국 세정 분야의 고위급 교류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 자리에서 세무행정의 디지털화, 홈택스 서비스, AI와 데이터 분석 활용 등 한국의 전자세정 경험을 소개했다.
은행연합회, 금융산업 협력 논의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17일 은행회관에서 독일 대표단과 면담했다. 은행연합회는 한국 은행산업 현황과 함께 은행권이 추진 중인 생산적금융·포용금융·신뢰금융을 소개했다.
양측은 경제성장과 산업전환을 뒷받침하는 은행의 역할, 금융취약계층 지원, 금융사기 대응 등을 논의했다. 디지털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 공통 관심 분야에서 양국 은행산업 간 교류와 금융회사의 상호 진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구체적 후속 조치는 미공개
이번 방한에서 양국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 금융시장 안정, 디지털 금융혁신, 전자세정, 금융범죄 대응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부·기관 자료에는 양국 간 신규 협약 체결, 정례협의체 설치, 특정 금융회사의 상대국 진출, 공동 프로젝트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담기지 않았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이번 방문은 양국 간 정책 교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등 논의된 내용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의제”라며 “금융회사 간 상호 진출이 주요 의제로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회사나 사업, 일정이 제시되지 않아 아직은 원론적인 협력 의사를 확인한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08년 이후 처음 이뤄진 국세청 방문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세정 분야 교류가 재개된 배경과 함께 향후 후속 협약이나 공동 사업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