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때마다 해외로”…5대 금융지주 회장, 10년째 반복되는 해외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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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때마다 해외로”…5대 금융지주 회장, 10년째 반복되는 해외출장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09.21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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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회장 국감 기간 태국 방콕 IMF·WB 총회 참석…7일 겹쳐
국감 22일 중 31.8%가 해외 일정과 중첩, 동남아 법인 방문까지 겸할 듯
2010년 이후 증인 채택 2명 모두 불출석…"면죄부 국감" 비판 반복
금융권 "매년 예정된 공식 일정" vs 국회 "국감 회피 관행" 공방 팽팽
AI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AI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도 국정감사 기간에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다음 달 12일부터 18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나란히 참석한다. 문제는 이 일정이 올해 국정감사와 정면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국감 시즌마다 해외 일정을 이유로 증인석을 비워온 패턴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 22일 중 7일, 방콕 총회와 그대로 중첩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22일간 진행된다. 이 가운데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하는 IMF·WB 연차총회 기간인 10월 12~18일, 7일이 국감 기간과 겹친다. 총회 기간만 놓고 보면 국감 전체 일정의 31.8%에 해당한다. 여기에 총회 전후 현지 IR(기업설명회)과 인근 국가 법인·지점 방문 일정까지 포함하면 회장들의 해외 체류 기간은 10~14일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대 금융지주는 태국에 별도 지점을 두고 있지 않아 이번에도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인근 동남아 국가의 현지 법인이나 지점 방문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B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로 이재근 부문장이 단일 후보로 추천된 만큼, 이번 출장이 양종희 현 회장의 임기 중 마지막 해외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년간 증인 채택 2명, 출석은 0명

금융지주 회장의 '국감 시즌 해외출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이 금융권 현안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2022년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론스타 국가투자분쟁(ISDS)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나오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컸던 건 2023년이다. 윤종규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IMF 총회와 일본·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IR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는 여야 간사 합의로 윤 회장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사례는 라응찬·윤종규 단 2명뿐이었고, 이마저도 둘 다 출석하지 않아 실제 출석 건수는 0건이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아예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증인 명단에서 빠지면서 "면죄부 국감",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국회 정무위원회가 확정한 증인 명단에는 5대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까지 전원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인이 채택되려면 소환일 7일 전까지 명단이 확정돼야 하는 만큼, 10월 20일 종합감사를 전후해 여야 협의에 따라 추가 채택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인도서도 반복된 "해외출장 핑계"

해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2023년 나이지리아 하원 국민주택기금(NHF) 특별위원회가 미납·유용 의혹을 조사하며 은행 CEO들을 소환하자, 위원회 위원장은 초청할 때마다 CEO들이 해외 출장을 핑계 댄다고 공개 비판했고, 다음 소환에도 불응하면 강제 소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감 시즌마다 해외 일정이 겹치는 한국 금융지주 회장들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 규제기관 수장의 불출석이 여야 공방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2024년 10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 마다비 푸리 부흐 의장은 델리 이동이 어렵다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 소환에 불출석했다. 제1야당 국민회의 소속 벤누고팔 위원장은 회의를 연기했고,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의원들은 애초에 이 청문 자체가 정치적으로 의도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불출석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에서, 한국 국감의 "면죄부 국감" 대 "연례 공식 일정" 공방과 닮은 구도다.

"매년 예정된 공식 일정" vs "국감 회피" 반복되는 공방

금융권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회장들의 국제행사 참석은 통상 수개월 전부터 조율되는 공식 일정인 만큼 국감과 겹쳤다고 해서 이를 의도적 회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국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대출 규제 등 금융당국의 정책 현안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큰 만큼, 애초에 지주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 자체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국회에서는 매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여전하다. 2023년 강민국 정무위 간사(국민의힘)는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이 해외 IR을 사유로 불출석하자 국감 증인 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며 고발 조치와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바 있다. 올해 국감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손실 논란, 가계대출 관리,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 등 금융권 현안이 산적한 만큼, 지주 회장들의 증인 채택 여부와 해외 일정을 둘러싼 공방은 이번에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감 때마다 증인 채택과 해외 일정을 둘러싼 공방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출석 의무를 명문화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아예 의회 증언을 제도화해 이런 소모적 논쟁 자체를 없앤 곳도 있다. 유럽연합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중앙은행이 연간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총재가 의회 위원회에 증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중앙은행 총재가 의회 위원회 소환 대상이 되지만, 실제 답변은 재무부 장관이 대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감 때마다 해외출장을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출석 여부를 둘러싼 절차와 책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정례적인 의회 보고나 증언 등 설명 책임을 제도화하면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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