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는 막고 은행예치 의무는 푼다…ESCB, 스테이블코인 규제 개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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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는 막고 은행예치 의무는 푼다…ESCB, 스테이블코인 규제 개편 제안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09.23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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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킹·대출 통한 우회 보상까지 규율…보유자 수익 차단 강화
준비금은 1·5영업일 내 현금화 기준 제안…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보상·유동성 쟁점
스테이블코인 이미지.
스테이블코인 이미지.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유럽중앙은행체계(ESCB)가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보유자에 대한 수익 제공은 차단하고 준비금의 환매 대응 능력은 높이는 방향을 제안했다. 대출·차입·스테이킹 등을 통한 사실상의 이자 지급은 보다 엄격하게 규율하는 한편,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은행 예금으로 보유하도록 한 규정은 실제 유동성과 환매 대응력을 중심으로 재검토하자는 취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논의하는 국내에서도 보유자에 대한 보상 범위와 준비자산의 구성·유동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보유자 이자 금지 넘어 우회 보상까지 규율

2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ESCB는 지난 22일 EU 집행위원회의 가상자산시장법(MiCA) 검토 의견수렴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대한 보상 금지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MiCA는 전자화폐토큰(EMT)과 자산연계토큰(ART) 발행사 및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가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SCB는 직접적인 이자 지급만 막을 경우 가상자산 대출·차입이나 스테이킹,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실상 이자와 유사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ESCB는 스테이킹·대출·차입을 EU 차원에서 규율하고 직접적인 이자 지급을 우회하는 보상 구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입법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은행 예금과 경쟁할까

ESCB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성 보상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은행 예금과의 자금 경쟁 가능성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보유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면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동할 수 있고, 이는 은행의 자금조달과 신용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SCB는 특히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화폐로 전액 뒷받침될 경우 ‘합성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시장에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상업은행 예금이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ESCB는 보유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환매에 대비한 준비자산의 구성과 유동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 예금 비율보다 환매 대응력

이번 의견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ESCB가 보유자에 대한 보상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준비자산의 은행 예금 보유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점이다. 현행 MiCA는 준비자산의 최소 30%를 신용기관 예금으로 보유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요’ 전자화폐토큰(EMT)이나 자산연계토큰(ART) 발행사에는 이 비율을 60%로 높여 적용한다.

ESCB는 이 같은 은행예치 의무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은행을 지나치게 밀착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발행사가 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면서 은행 유동성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예금의 변동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매 예금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대신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발행사 예금 비중이 커지면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은행예치 의무 대신 유동성 버킷”

이런 한계를 고려해 ESCB는 은행예금 최소 보유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준비자산의 실제 유동성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준비자산 가운데 1영업일 및 5영업일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최소 비율을 정해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을 때 액면가 상환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자는 취지다. 일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과 단기 국채 등이 이 같은 유동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자산으로 거론되지만, ESCB가 특정 자산의 편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은행예치 비율 자체보다 실제 환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자산의 현금화 능력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ESCB는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피면서도 활용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국경 간 결제나 프로그래머블 결제에서는 활용 여지가 있는 반면, 유럽 내 일상적인 지급결제에서는 이미 즉시이체가 활용되고 있고 향후 디지털 유로도 도입될 예정인 만큼 추가적인 효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MiCA 개정은 의견수렴 단계

EU 집행위원회의 MiCA 검토 의견수렴은 9월 30일 마감된다. 이번 ESCB 의견은 법 개정안이 아닌 정책 제안으로, 실제 제도 변경을 위해서는 EU 집행위원회의 입법안 마련과 유럽의회 및 회원국 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의견은 향후 EU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서 보유자 보상의 경제적 효과와 준비자산의 환매 대응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보상 설계 쟁점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도 발행 허용 여부와 함께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캐시백·포인트·거래수수료 환급처럼 명목상 이자가 아닌 방식으로도 보유량이나 보유기간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특히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나 스테이킹·대여 서비스와 결합한 수익 제공 방식은 단순한 마케팅 혜택과 이자성 보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 제도를 설계할 때는 직접적인 이자 지급 여부뿐 아니라 보유 기간·잔액에 연동된 혜택, 계열사나 제휴사를 통한 우회 보상, 대출·스테이킹·예치 서비스와 결합한 수익 제공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제 할인 등 일반적인 이용자 혜택과 사실상 이자에 해당하는 보상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준비금도 “어디에”보다 “얼마나 빨리”

준비자산 구성도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은행 예금에 준비금을 집중하면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을 때 특정 금융회사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단기 국채·RP 등 시장성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금리 변동이나 시장 유동성 악화로 필요한 시점에 현금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준비자산 규제는 편입 자산의 종류와 비율을 정하는 데 그치기보다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현금화해 상환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서는 발행 허용 여부뿐 아니라 어떤 보상 구조를 허용하고 준비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구성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이자 지급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가 유사한 보상까지 어디까지 규율할지, 대규모 환매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자산의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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