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회사 '양날의 검;… M&A·투자 등 독립 의사결정 한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로봇사업의 핵심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입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의 로봇 전략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로봇 오케스트레이션을 중심으로 여러 글로벌 로봇기업을 조합하는 '멀티벤더' 구조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서다.
내부 실증용 세미 휴머노이드 등 삼성전자향 매출 자체는 늘고 있지만 그룹 로봇 전략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갖는 '전략적 희소성'은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자체 로봇 조직이 강화되는 동시에 삼성SDS가 외부 피지컬AI 기업을 직접 끌어들이면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연결 자회사라는 지위가 오히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독자적인 사업 확장에는 제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립기업처럼 적극적인 M&A와 지분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가지를 뻗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로봇 전략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할 당시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삼성전자가 노태문 사장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설립했고 삼성SDS역시 RX(Robotics Transformation) 사업에 진출하며 그룹의 로봇 관제탑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삼성SDS는 지난 6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 피지컬AI 기업 월든 로보틱스(Walden Robotics)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삼성전기와 세메스의 부품 핸들링 및 소모품 교체 작업에 월든의 범용 로봇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SDS는 월든을 시작으로 글로벌 로봇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E&A에는 로보포스(RoboForce)의 로봇을 적용하는 등 관계사별 제조환경에 맞는 외부 로봇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여러 공급자 가운데 기술적 우위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산업 전환기에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독립기업처럼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독립 로봇기업이라면 시장 변화에 맞춰 외부 AI 기업이나 SI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필요하다면 유상증자나 CB 발행 등으로 대규모 성장자금을 조달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모회사로 둔 입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M&A, 사업 방향 설정 과정에서 삼성그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라며 "외부 활동이나 대외홍보 같은 부분도 삼성의 통제를 받는 분위기"고 말했다.
경쟁사인 두산로보틱스가 보여준 행보와도 대비된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솔루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로봇 SI 기업 원엑시아(ONExia)를 인수했다.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 한계를 외부 M&A를 통한 밸류체인 확장으로 돌파하려는 선택이다.
실적에서도 아직 새로운 성장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36억원으로 확대됐다.
로보틱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의 로봇 하드웨어 전담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꿈꿨지만 사업 초기 예상과 달리 하드웨어 성능이 빠르게 상향평준화되면서 범용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드웨어를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업계 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삼성 역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그룹 로봇사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