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66건·연계정보(CI) 97건 포함…금감원 긴급 현장조사, 정상혁 행장 "손해 전액 보상"
은행 보안담당자 "메인 시스템은 아냐…실질 민감정보는 주민번호 66건"
금융권 관계자 "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 낮지만…모집인 조회시스템 접근통제·보안점검 더 신경써야"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신한은행에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간 사고는 대출모집인이 쓰는 홈페이지 조회 서비스가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격자는 이 서비스에 무단 접근해 고객번호를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개인 고객용 홈페이지의 조회 서비스에 다시 접근하는 방식으로 연락처와 생년월일 등을 빼냈다. 은행의 핵심 전산망이 직접 뚫린 것은 아니지만, 외부 영업채널용 서비스에서 얻은 정보가 일반 고객용 서비스까지 타고 들어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대출 모집 업무와 연관된 일부 서비스에서 고객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 은행이 이날 홈페이지 공지로 밝힌 유출 항목은 고객명과 전화번호, 연계정보(CI),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 대출 신청 단계에서 수집되는 개인(신용)정보다. 은행 측은 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66건과 CI 97건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지금까지 약 2만5000명으로 집계됐으나 조사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출 경위에 대해 "은행 모바일 홈페이지의 조회 기능을 통해 시작됐고, 여기서 탈취한 정보로 개인 홈페이지의 일부 서비스를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대출모집인이 본인들이 접수한 대출 신청 고객의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대출 관련 정보 조회 서비스에 무단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며 "이후 거기서 확보한 고객번호를 기반으로 연락처, 생년월일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에 무단 접근해 고객정보를 탈취했다"고 말했다.
로그인 인증을 거쳐 이용하는 뱅킹 서비스 자체가 해킹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 수법으로는 외부에서 확보한 계정·비밀번호 조합을 여러 사이트에 반복 입력해 접속을 시도하는 '크리덴셜 스터핑'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 국내은행 보안담당자는 "2만5000명 정도면 메인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취급하는 고객 규모에 비하면 너무 작은 숫자여서, 다른 회사와 연계되는 서비스에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출 정보의 민감도에 대해서도 이 담당자는 "실제로 유출된 의미 있는 민감정보는 주민등록번호 66건"이라며 "CI도 주민번호처럼 식별번호이긴 하지만 민간에서는 잘 취급하지 않는 정보로, 다른 회사와 연계할 때 식별하기 위한 값 정도"라고 설명했다.
CI는 본인확인기관이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암호화된 고유값으로, 서로 다른 사업자가 같은 고객인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 자체로 주민번호를 되돌려 알아낼 수는 없지만, 사업자 간 개인정보 연계에 쓰이는 값인 만큼 개인정보로 취급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신한은행에 대한 긴급 현장조사에 착수해 유출 범위와 경위, 공격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날 오전 대응 회의를 열어 사고 경위와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당국 관계자는 "현재 유출된 정보의 성격과 규모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유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전사적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외부 IP 차단, 관련 서비스 중단, 보안정책 신규 적용 등 긴급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개인신용정보 보호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임직원 교육 체계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고객 여러분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 책임을 다해 전액 보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대출모집인은 신한은행뿐 아니라 대부분의 은행이 활용하는 영업 채널이지만, 이번 사고가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 방식 자체는 은행권이 공통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각 은행마다 전산시스템과 보안체계가 독립적으로 구축·운영되고 있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출모집인 채널은 여신심사를 위해 고객의 소득·신용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필수적으로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은행권 전체가 모집인 조회시스템에 대한 접근통제와 보안 점검을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른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시스템 점검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