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면 현금흐름 끊겨 일시상환 어렵다"…은행권, 문 닫은 사장님 대출 '회수' 대신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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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면 현금흐름 끊겨 일시상환 어렵다"…은행권, 문 닫은 사장님 대출 '회수' 대신 '분할'
  • 최정윤 기자
  • 승인 2026.10.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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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 1년 반…기업은행 대환 8월 기준 3230건·1000억원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
국민은행 "폐업 사실만으로 일시상환 요구 안 해…보증서·여신 만기까지 유예"
1분기 자영업 연체율 2.04%, 10년 9개월 만 최고…”일시상환 요구가 신규 연체·부실 전이 위험"
[사진=IBK기업은행]
[사진=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문을 닫는 사업자가 한 해 100만 곳에 육박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폐업 고객의 사업자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대신 만기까지 유예하거나 장기 분할상환으로 돌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폐업하면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이 단절돼 기존 사업자대출을 일시상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폐업에 따른 일시상환 요구는 신규 연체 발생과 부실 전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업자를 돕는 상생 조치이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못 받을 돈을 받을 돈으로 바꾸는 회수 전략이기도 하다.

2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권은 지난해 4월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폐업 고객 대출을 대환·유예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폐업지원 대환대출 지원 실적은 올해 8월 기준 3230건, 1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4분의 3 이상인 763억원이 1억원 이하 대출이고 1억원 초과는 237억원으로,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

기업은행은 휴업이나 매출 급감, 잦은 연체 등으로 폐업을 고민 중이거나 결정한 고객에게 이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2025년 7월 1일 이전에 받은 담보대출,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대출, 신용대출이 대상이며, 고객 부담을 덜기 위해 2년의 거치기간을 필수로 적용하는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이다. 거치기간은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을 말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 경영실적 평가 항목에 폐업지원 대환대출 공급 실적을 반영해 폐업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평가에 넣었다는 것은 영업점이 폐업 고객에게 대환을 적극 권하도록 유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도 폐업 사실만으로 대출금 일시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상환 상황과 대출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하고 있다"며 "보증서 담보대출은 보증서 만기까지, 소상공인 대출은 여신 만기일까지 상환을 유예하고, 고객 상황에 따라 개인대출로 전환해 장기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사업자대출은 폐업이 약관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다. 기한이익이란 대출을 만기까지 나눠 갚을 수 있는 권리로, 이게 사라지면 남은 원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한다. 이 부담 때문에 폐업을 미루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폐업을 결심한 시점의 소상공인 평균 부채는 1억236만원, 평균 폐업비용은 2188만원이었다.

은행권은 지난해 4월 28일부터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폐업 예정이거나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의 사업자대출을 저금리·장기분할상환 가계대출로 바꿔주고 2년 거치기간을 주는 방식으로, 잔액 1억원 이하 신용·보증부 대출에는 약 3%의 금리 혜택을 주고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은 최대 3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게 했다.

지난해 9월 5일부터는 대상을 2025년 6월 30일 이전 실행 대출까지 넓히고 1억원 이하 보증부 대출의 보증기간도 7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같은 달 금융위원회 간담회에서 은행권은 폐업자 사업자대출에 일시상환을 요구하지 않도록 연내 전 은행 내부지침에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이 폐업 고객까지 챙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연체율은 2.04%로 2015년 2분기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분기 말 연체율은 1.99%로 소폭 내려왔지만 장기 평균(1.60%)을 여전히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폐업자에게 일시상환을 요구하면 대부분 연체로 이어지고, 결국 은행 부실로 돌아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폐업지원 대환대출은 고객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기존 사업자대출을 저금리·장기분할상환 구조의 개인대출로 전환해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장기분할상환 구조를 통해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폐업 고객 대출을 일시 회수하는 것보다 상환 여건에 맞춰 분할상환을 지원하는 것이 고객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채무 이행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단기적인 채권 회수보다 고객의 상환 능력과 여신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차주의 상환 상황 등에 따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폐업 전 단계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를 통해 9월 말 기준 총 4조6000억원을 공급했고, 최근 경영애로 소상공인을 위한 ‘IBK소상공인 희망Dream대출' 지원 규모를 늘리고 중장기 경영안정을 돕는 ‘IBK소상공인 경영안정대출'을 새로 출시했다. 더드림 패키지는 창업·성장·경영애로 등 소상공인의 상황별로 맞춤형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지난해 9월 발표된 최대 600만원 한도의 '폐업 비용 지원대출'은 올해 상반기 출시가 목표였지만,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 7월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거비를 먼저 대출받고 중소벤처기업부 지원금으로 갚는 구조로, 지원 대상과 규모는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폐업 이후에도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이 이어지는 소상공인에게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방식의 대환 프로그램이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장 의견과 고객 수요 등을 살펴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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