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시민과학자들이 직접 나섰다. 정부 발표와 달리 너무 다른 체험 온도에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직접 측정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높다. 곳곳의 시민 측정값을 기상청에 보내면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며칠 몇 시 몇 분 우리 동네 기온데이터를 우선 측정한다. 그 값을 기상청이 발표한 온도와 비교해 보면 특정 지역이 왜 발표온도와 차이가 나는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워도 너무 덥다. 도대체 얼마나 더운 걸까. 기상청 발표는 믿을 수 없고 내가 직접 한 번 재 볼까.”
실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최근 불볕더위가 이어지자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측정 온도계를 들고 자신이 사는 동네 온도가 지금 이 시각 몇 도인지 실제 측정해 보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시민과학자’가 나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도시는 초록과 숲으로 이뤄진 시골과 달리 빌딩, 아스팔트 등 독특한 환경으로 뒤덮여 있는 곳이다. 열을 흡수하는 곳은 많은데 방출할 수 있는 환경이 적은 게 도시이다. 이 때문에 실제 온도보다 훨씬 높은 곳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시민의 건강뿐 아니라 취약 계층의 생존으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보스턴 과학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라 벤슨과 록산느 리는 온도 측정기를 이용해 지난 7월 20일 보스턴의 거리에 직접 나섰다. 자신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에 측정을 위해 설계된 센서를 설치하면 오전, 오후, 저녁 지정된 시간에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온도, 습도는 물론 매초 정확한 위치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정확히 그 지점에서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시민과학자’들은 올해 보스턴, 케임브리지, 브루클린 등에서 시작했다. 앞으로 뉴욕 등 다른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민과학자들이 모은 데이터는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서로 다른 원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벡 산다스(Vivek Shandas) 포틀랜드주립대학 교수는 “도심의 도로와 건물은 종일 열을 흡수해 높은 온도를 높인다”며 “도심 지역은 근교의 농촌보다 열 흡수가 훨씬 높아 실제 정부 발표보다 더 높은 온도를 경험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세부 도심 지역의 구체적 데이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민과학자’ 프로그램은 앞으로 기후변화 해결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우 좁은 지역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를 ‘시민과학자’들의 도움으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심에서 불볕더위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방향도 제시했다. ‘도심의 수목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포장된 아스팔트 곁으로 깊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가로수를 심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또 도심 곳곳에 숨 쉴 수 있는 ‘숲’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도심 열섬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식물과 나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볼티모어 등 도시들은 이 같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장기적으로 도시가 불볕더위로부터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NOAA 측은 전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