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측 손경식 CJ그룹 회장 증인 신청, 3차 공판에서 채택 여부 관심...정권 압박 여부 판단 영향
- 이재용 부회장, 갈수록 높아지는 긍정적 국민 여론...일본 수출규제 등 대응에 호평받아
- 글로벌 기업 리더로서 세계 각국 정상 등과의 네트워크...이재용, 이달 중순 스웨덴 최대 그룹 총수 면담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이 오늘(6일) 열린다.
이번 재판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증언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일반 국민 여론, 삼성의 국가 경제 기여 등 복합적인 측면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오후 2시5분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세번째 공판, 양형판단 심리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당초 유무죄 판단과, 양형판단 기일을 나눠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11월22일에는 유무죄 판단 심리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양형판단은 집행유예냐 실형이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재판 절차라는 점에서 특검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5일 첫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이 무엇인지'이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어 실형 여부에 국가 경제에 영향 등 종합적 판단도 고려하지 않나 해석도 나온다.
당시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고 했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언급했다.
정 부장판사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추모식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잇달아 답변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월 19일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32주기 추모식 이후 사장단에게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면서 "지금의 위기가 미래의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자의 창업이념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1월 1일 창립 50주년 기념 방송을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사업보국'을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상생'의 가치를 새로운 성장 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삼아달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는 재판부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지난 2회 공판기일에 이 부회장 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김화진 서울대 로스쿨 교수,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3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아직 증인 신문 일정을 잡지 않았다.
특히 이번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증인 신문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손경식 회장은 "재판부에서 오라고 하면 국민 된 도리로서 가겠다"고 긍정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증인 신문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기일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손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에 나와 "청와대로부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후원금 등을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손경식 회장의 증언을 통해 수동적인 뇌물 공여였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뇌물공여죄는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형을 낮출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2회 공판기일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자료 등 추가 보완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이번 법정에서 제시될 지도 주목된다.
당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합병 후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마필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대통령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로 이뤄진 수동적인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재판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처 의견은 지난 7월 55% 수준에서 12월 5일 기준으로 82%로 급증했다. 일반 국민 다수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셈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11월 'CEO 브랜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이 브랜드평판지수 1위로 나타났다. 또 계속 상승 추세다. 브랜드 평판지수는 빅데이터 추출과 소비자 행동분석을 하여 참여가치, 소통가치, 미디어가치, 소셜가치, 사회가치로 분류하고 가중치를 두어 나온 지표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계기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이 부회장의 적극적 대응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하자 이 부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일본 방문은 물론 핵심소재 국산화 등 다각도의 대응에 나선 것이 국민들에 감명을 주었던 셈이다.
가령 '삼성 이재용, 일본 출장서 3개 핵심소재 긴급물량 확보한 듯' 기사에는 3638개의 댓글과 함께 긍정감성 반응이 91.7%에 달하는 등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평판커뮤니케이션연구소(GRCI)가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 평판조사 결과에서 100점 만점 중 79.21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그 만큼 크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가총액 300조원, 브랜드 가치 611억 달러(약 71조원), 지난해 기준 매출액 243조7700억원으로 세계 6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이 구축한 세계 주요 국가 리더들과 네트워크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중순 스웨던 발렌베리 그룹 회장을 만난다. 올해 들어 일본, 인도, 사우디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누비며 현장을 지휘해 온 이 부회장이 유럽 기업들과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것.
발렌베리 회장은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함께 오는 18일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방한할 예정이다. 발렌베리 회장은 방한 기간 이재용 부회장과 따로 단독으로 만난다는 계획이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등 10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떠받치는 발렌베리그룹은 유럽에서도 최대 규모의 기업으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에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하고, 같은 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만났다.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했다.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를 초대해 ‘승지원 회동’을 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초청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럭비월드컵을 참관했다.
9월에 빈 살만 왕세자를 다시 만나 사우디가 추진하는 ‘사막의 엔터시티’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조성에 삼성이 참여하기로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에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폭넓게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충청남도와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의 대규모 신규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난 뒤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9번 만났고 삼성전자 공장에 3번을 방문했다.
재판부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여부가 부담인 만큼 법적 심리는 물론 국민 여론을 비롯 여러 변수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에서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말 3마리 구입금액 34억여원,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까지 뇌물로 인정해 뇌물 규모가 86억여원으로 늘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유다.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