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오후3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5년 만에 다시 잘못을 인정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총 3차례 고개를 숙였다. 경영 승계 문제와 노조 문제를 언급하며 두 번 고개 숙여 사과했다. 대국민 사과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현장엔 1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약 10분간 사과문을 발표하고,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기술과 제품 일류 찬사에도 삼성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모든 것은 우리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라며 처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솔직한 입장 말씀드린다. 먼저 경영권 승계.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와 관련해 많은 질책 받았다. 특히 애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받았다”며 "최근 승계 관련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저와 삼성을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추후 경영권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분명히 약속한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는 논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받는 일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노사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 못 했다”며 “최근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받고 있다. 책임 통감한다.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제 더는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령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화합과 상생 도모하겠다.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가족 경영 승계는 없다는 약속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린다”며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경영환경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기 전에 이후 승계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날 대국민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드려 이뤄졌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권고안을 발송하면서 ‘대국민 사과’에 구체적으로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에서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사과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의 재발 방지 방안을 노사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약속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제시했다.

삼성 측은 당초 지난달 10일까지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에 답변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지난달 8일경 준법감시위에 “회신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사업영역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았다”며 “삼성의 모든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어 권고안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다”였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답변 기한을 11일로 연장했다. 이 기한이 아직 남았으나, 준법감시위의 정례회의가 7일로 예정된 만큼 그 전에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계열사별 답변을 받으면, 추후 일정에 따라 입장문 등의 형식으로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