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7일 정기회의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준법감시위의 권고로 시작한 만큼 재계의 많은 관심이 몰리던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사과를 두고 많은 시민 단체들의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준법감시위 측은 이날 "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 발표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준법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에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의 수립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방안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준법감시위는 조만간 보다 자세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관계사에게 요청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하는 것은 지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삼성의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사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제 더는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을 권고한 시점은 지난 3월11일이다. 준법감시위는 당초 답변 기한을 4월10로 잡았으나, 삼성 측이 "코로나19로 논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5월11일까지 기한을 연장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노사 문제의 해결 의지와 4세 경영 세습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시민 단체들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파괴 등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일체 없었다"며 "현재 재판 중인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인정이나, 수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에 대한 언급 또한 없었다"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진정성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자신의 승계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사재판에서 양형에 유리한 사유를 추가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의 사과는 자발적이 아니라 급조된 조직인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의한 ‘이벤트’성 사과로 진정성과 제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맹탕사과로 보여진다"며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고, 무노조 경영을 탈피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밝혔지만 이러한 언급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