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혼용하는 흡연자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 기반 19세 이상 남성 750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제 1저자 김춘영 전문의)의 연구결과,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궐련)를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 집단이 일반 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는 전기로 발생시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이다. 잎을 태우는 과정이 없어 연기와 냄새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징으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전자담배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다. 많은 경우 전자담배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단 일반 담배와 혼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기헌 교수 연구팀이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사용자 집단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해 흡연습관에 주의가 요구된다.
연구팀은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9세 이상 남성 7505명 대상으로 이중사용자와 일반 흡연자(궐련 단독 흡연자), 비흡연자 간 비교를 통해 대사증후군을 중심으로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키는 위험요인의 유병률을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은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 고혈당, 혈중 지방, 비만 등 신체 이상 상태의 집합을 의미한다. 이를 가진 환자의 경우 심장과 혈관 이상이 생길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며 당뇨병의 발병이 열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심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연구결과 이중사용자는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비흡연자의 2.79배, 일반 흡연자에 비해 1.57배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대사증후군 구성요소인 복부비만,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니코틴 의존도와 요중 코티닌 수치가 일반 흡연자와 비흡연자보다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 경험률도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사항은 전자담배의 이용자의 85% 이상이 이중사용자였다는 데 있다. 이들의 금연 의지와 금연 시도율은 일반 흡연자에 비해 높았는데 평균 흡연량의 차이는 없었고 니코틴 의존도와 요중 코티닌 수치는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은 완전한 전환 혹은 금연에 실패해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며 오히려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제 1저자인 김춘영 전문의는 “전국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규모 표본 연구를 통해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혼용하는 흡연 인구 집단의 특성을 규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기헌 교수는 “전자담배 이용자의 대부분이 이중사용자이며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리스크가 높게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중사용자 집단이 심혈관질환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만큼 이들에게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 금연치료와 개별화된 생활습관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Nature’에서 발행하는 국제 저널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