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현지 브랜드와 차별화 실패도 원인으로 지목..."가성비 전략 안 통한다"
- 하언태 현대차 사장 "중국에 신차 투입, 딜러 적정재고 유지 등 판매질 강화할 것"
- 중국 시장, 정치적인 영향 무시 못해...전문가 "중국은 차량의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고급차 전략으로 판매 반등을 노린다.
실상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2조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새로운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제네시스를 포함해 완성도 높은 친환경차를 선보이면서 올해 판매 회복과 위상 강화를 이뤄내는 원년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현지 중저가 브랜드의 품질이 현대차·기아를 많이 따라왔다. 여기에 반(反)한 정서가 걸림돌이 돼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기아의 해외판매 대당 평균 가격이 1~2년 사이 1500만원이나 올라갔다. 이는 제값받기가 시작된 것이고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급차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 고급차 전략을 펴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서 전년대비 30% 하락, 영업손실만 2조원..."최악의 한 해"
1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44만117대, 기아는 22만4567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양사 판매량을 더해도 66만대 수준이며 이는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것이다.
양사 중국법인의 영업손실 역시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2조에 육박했다. 중국 진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받아든 뼈아픈 성적표는 코로나19의 영향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 현지 평판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총 180만대가량 팔아치우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17년 사드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114만대로 급감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4년여의 시간 동안 분위기 반전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현지 브랜드와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많다. 저렴한 수입차 등 '가성비'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고급차 전략..."최고급 차종과 첨단 전기차로 승부"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재도약을 위해 신차 투입을 중심으로 한 '고급차 전략'을 들고 나왔다. 판매 목표는 현대차 56만2000대, 기아 25만5000대로 지난해보다 각각 27.7%, 5.4% 높여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1일 중국에 신형 밍투를 투입한 데 이어 밍투 일렉트릭과 아이오닉5, 제네시스 등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기아 역시 고객 니즈를 고려해 카니발 등 SUV 위주로 출시하고, 전동화 브랜드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속 악화된 중국 시장의 위상 회복을 위해 신차 중심 판매 확대 및 인센티브 축소, 딜러 적정재고 유지 등 판매의 질을 향상시키고 브랜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무적인 것은 중국이 친환경차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에 앞서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수소차 판매 1위,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완성도를 발판으로 중국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이호근 교수는 정치적인 부분이 개입되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중국시장의 실적은 차량의 가격과 품질만으로 좌우되는 게 아니다. 정치적인 부분이 끼어들기 때문에 향후 중국 정부 차원의 마인드가 (회사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