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현장에 급파된 구조함 통영함이 해외에서 도입한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성능문제로 투입되지 못하면서 방산비리라는 비난 속에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진 사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이라 불리면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그야말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방산비리'라는 용어로 인해 자칫 방위산업이 비리산업이라는 그릇된 프레임을 씌울 우려가 있다. 즉, 방산비리가 방위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개인의 일탈 내지는 불가피한 시행착오나 단순 무기체계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들과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복잡한 무기체계 획득과정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가 부재와 전문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방산비리 발생 개연성도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그동안 국내 방위산업이 197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 하에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비약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던 반면, 소프트웨어 차원의 방위사업에 대한 학술적 이론 연구와 전문가 육성 등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국방획득인력전문자격법 제정과 국방획득대학 설립 사례
미국도 1970년대 국방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극심한 부정부패와 비리로 홍역을 겪었다. 제33대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 시절, 국방 관련 스캔들을 근절하기 위해 추진한 국방개혁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방위사업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이었다.
이후 미 국방부의 오랜 노력 끝에 1985년 국방획득 관련 추진관리를 위한 ‘패카드(Packard) 위원회’가 구성되고, 1990년에 발효된 ‘국방획득인력전문자격법(DAWIA, Defense Acquisition Workforce Improvement Act)’이 제정됐다. 이듬해 10월 22일에는 국방획득대학(DAU, Defense Acquisition University)이 설립되면서 무기체계 획득 관련 체계적인 전문교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미국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 사례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연구기관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민-관-군-산-학-연의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의 모범 사례도 있다. 1951년 창립해 미국 정부의 공식지원을 받는 3700명의 연구원 규모를 자랑하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부설 링컨랩(Lincoln Lab)이다.
그리고 앨라배마주 매디슨에 위치한 헌츠빌(Huntsville)은 지역 내 주요 대학 및 연구소, 방산업체 등이 다수 있어, 제2차 세계대전부터 국방 산업 관련 최대 집적지로 불리면서 최근에는 미 공군의 우주군사령부가 설치되기도 했다.
▲방위사업 전문교육 고도화 위해 한국형 DAWIA법 제정해야
국내에는 무기체계 전략가와 방위사업 전문가가 태부족이어서 깊은 고민과 반성이 요구되는 상황인데도, 정작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만 양성되고,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사라지고 있다.
이같은 모순은 그저 한국 방위산업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불편한 이야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선진화된 방위산업 정책과 제도 추진뿐만 아니라 방위사업 분야 고도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월, 방위사업청 산하 ‘방위사업교육원’이 개원했다. 방위사업법 제2조 기본이념에서는 ‘전문성, 투명성, 효율성’을 국방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을 추진하는 방위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제시됐다. 그간 여러 차례 방위사업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성과 효율성은 제고했지만, 정작 전문성에 대한 기본이념을 실현함에 있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방사청 개청 이래 10여년 동안 방위사업 관련 전문성 강화를 위한 관련법안 제정 추진 노력뿐만 아니라 전문 교육기관인 방위사업교육원(구. 국방획득교육원)이 신설될 수 있었던 것에 나름의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방위사업교육원 개원과 함께 이른바 ‘한국형 DAWIA법’ 제정을 통해 방위사업 분야 인재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방위사업 분야의 학문적 발전은 물론 민·관·군·산·학·연 융복합 및 활발한 연구와 다양한 노력의 결합으로 방위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