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도별차등가격제도'도 적극 검토
낙농가 목소리 귀 기울여 원만한 합의 있어야
정부가 8년만에 원유가격결정 체계를 개편하고 나선 가운데 낙농가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이용준 기자]
원유가격연동제는 무엇인가?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현재 운용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원유가격결정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수요와 공급변동이 아닌 생산비 증감을 반영해 원유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격결정 구조는 자유시장 법칙을 적용하기 힘든 유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처사다.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수요와 상관없이 매일 젖을 짜 관리해야 한다. 또 계절편향적인 공급문제와 부패시간도 빨라 시장논리에 완전히 맡기기 어렵다는 것.
이에 낙농가의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낙농단체와 유업체간 협의를 통해 2017년 현재의 원유가격연동제가 자리잡게 됐다.
낙농가 웃고, 유업체 우는 원유가격연동제
수요와 상관없이 생산비에 맞춰 원유가를 결정하다보니 유업체는 우유소비가 낮아도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낙농진흥법에 따라 생산원유의 일괄구매를 의무하는 ‘원유쿼터제’ 때문에 우유재고가 쌓여도 처리하기 어렵다. 즉 우유가 넘쳐나지만 가격인하가 어려워 유업계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
원유가격연동제 문제는 원유뿐만 아니라 가공제품인 제빵, 제과업계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국내산 우유가 남아돌지만 비싼 가격 탓에 수입산 탈지분유를 사용하다보니 공급관리가 불안정한 것이다. 최근 커피와 제빵 업계에서 생크림 수급이 어려워 관련 제품 판매에 차질이 생긴 이유도 여기 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소비는 꾸준히 감소하는데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원유가는 점점 오르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게다가 쿼터제 덕분에 낙농가는 생산비가 올라도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지만, 유업계는 그 만큼 손해를 보는 기괴한 구조가 굳어진 상태”라고 26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유제품 FTA 시행 앞두고, 원유가격결정체게 수정 불가피
유제품 시장을 왜곡하는 현재의 원유가격결정체계는 끊임없이 논란돼 왔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개편은 단기적인 낙농가의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입유제품의 국내상륙이 임박해오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미국과 유럽간 FTA체결에 따라 2026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수입유제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계획이다. 세계 주요 낙농국인 호주산 유제품도 2033년부터 관세철폐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산 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원유가격결정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이에 관해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실장은 “(국산원유) 자급률이 2001년 77%에서 47%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며 FTA로 수입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며 “수입품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는 치즈나 버터도 사실은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가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 많은 ‘용도별차등가격제도’ 도입되나
정부는 기존 체계의 대안책으로 ‘용도별차등가격제도(차등가격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등가격제는 음용원유와 가공원유를 분리해 별도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결정체계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차등가격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한 유통업 관계자는 26일 “국내산 원유가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높은 상황이라 가공원유는 거의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원유 중 70%인 음용원유는 기존의 원유가격연동제를 적용하면서 30% 분인 가공원유에는 국제시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유제품 원료국산화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차등가격제 도입은 유력해보인다.
다만 낙농가 측은 기존의 쿼터제와 같은 가공원유에 대한 구매의무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원유생산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낙농업 특성상 자력공급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농식품부는 우유가격 중 38%나 달하는 유통마진의 근본적인 개선, 선진국형 생산자중심의 낙농제도와 국산유제품생산대책은 등한시하면서, 물가통제를 명목으로 힘없는 농민들만 잡고 있다”며 “역대 최고의 낙농위기 속에 낙농가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협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제품에 대한 대규모 수입관세 철폐가 임박한 가운데 안정적인 원유 생산과 공급체계 확보가 시급해보인다. 앞으로 정부와 낙농업계, 유업계간 합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