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 협력, 전문인력, 성과금 시스템 반영 등 요구
- 글로벌 협력 기구 등 통해 ‘기후위기 대응’ 모색
코로나19로 인해 환경 및 사회 등 전반에 지속가능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은행권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핵심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ESG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며 이를 활용한 성과 제고에 관심을 갖고 전 영역에 걸쳐 ESG 요소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내·외부 측면으로 나눠 ESG 요소 적용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내부운영 측면과 외부 비즈니스 차원으로 나눠 ESG 요소를 적용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용 전력 등에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탄소저감형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임직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기부 등 사회 공헌활동에 앞장섰다.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시키고 이사회 내 ESG 담당 위원회를 조직했다.
외부 대고객 비즈니스 방면에서는 녹색금융을 확대했다. 금융취약층 대출 지원 및 사회적 채권을 발행하거나 인수했다. 신용공여·투자·자금조달 등 전반적인 업무에 ESG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졌다.
은행들은 비즈니스 전략, 의사결정 등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 사회적 평판과 신뢰도 개선 뿐만 아니라 재무성과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기업 ‘KKS어드바이저(KKS Advisors)’에 따르면 2017년 이후 ESG 중요성을 강조한 글로벌 은행들의 주식가치와 그렇지 못한 은행들과의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은행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업무 반영 현황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환경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탈탄소 이니셔티브 대응에는 미진했다. 지난 5년간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화석연료 산업에 제공한 자금 규모는 3.8조 달러 증가했다. 이 같은 지적에 미국의 ‘웰스파고(Wells Fargo)’는 운영에 사용하는 전기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내년까지 석유·가스 등 산업에 중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녹색금융을 경시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직시했다. 2030년까지 녹색금융 규모(1조 달러)를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공산은행(ICBC)’은 정부의 녹색개발펀드에 136억 달러를 지원해 국가적 탄소 저감 노력에 동참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은행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금융기관 임직원 구성이 다양할수록 재정 안정이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키뱅크(KeyBank)’는 전체 인력 중 여성이 60%를 차지한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임직원 중 흑인은 2018년 12.9%에서 2020년 13.4%로 늘었으며, 아시아계는 9.1%에서 10.1%로 늘었다. 또한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 강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취약계층 지원 및 사회공헌 등에 적극 나섰다.
최근 ESG관리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올해 사회이사의 비율을 90% 수준으로 유지했다. 전체 이사진 중 금융업 경력자 비중을 2년 전 25%에서 42%로 확대했다. ‘JP모건(JPMorgan)’의 경우 친환경 이슈는 공공책임 위원회에서 맡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은 보상 및 경영개발 위원회에서 전담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의 5대 핵심 대응 전략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의 ESG관련 5대 핵심 전략은 ▲기존 비즈니스와 연계 ▲전문인력 및 조직 확충 ▲전문회사 등과 파트너십 ▲ 성과급여 시스템 반영 ▲기후 대응 글로벌 공조 강화 등이다.
글로벌은행들은 기존 업무인 대출·예금 등 리테일 업무, 기업의 자금조달·M&A 자문, 투자은행 업무, 자산관리(WM)업무에 ESG요소를 활용한다. 지속가능 성과에 금리가 연동되는 지속가능 연계 대출의 경우 올해 북미 은행권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ESG 투자에 관심이 커짐에 따라 은행들은 지속가능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ESG 업무 관련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기존 임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영국 은행권은 ESG 관련 전문직 일자리가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 일본의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은 환경, 인권 등 이슈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해 물리학, 화학 박사를 채용하고 호주의 ‘웨스트팩(Westpac)’은 변호사를 채용했다.
ESG와 연계된 비즈니스 역량을 단기간에 강화하기 위해선 ESG 전문 핀테크, 투자사 등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특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점수화하고 ESG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핀테크 업체의 디지털 솔루션 기술이 필요하다. ‘JP모건(JPMorgan)’은 ESG 기반 고도화된 개인 포트폴리오 제공에 강점을 지닌 핀테크 업체를 인수해 해당 기술을 내재화 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6년 전 ESG 투자자문사를 인수했다.
기업의 ESG 성과를 임직원 급여와 연동한 정책이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라 유럽은행들을 중심으로 해당 정책 도입에 관심 높다. UN책임투자원칙에 따르면 ESG 요소를 임원의 보수체계에 연동할 경우 실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Net-Zero Banking Alliance’를 창립해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Net-Zero Banking Alliance’는 올해 4월 전세계 43개 은행들이 2050년까지 대출 및 투자의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참여 은행들은 2030년까지 대출·투자 등 보유 포트폴리오와 관련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UN과 관련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글로벌 기후 대응 전략에 동참하는 국내 금융사
KB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모든 계열사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으며, 2040년까지 그룹 전체 사용 전력의 100% 재생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있다. 지난 2월 환경파괴 등 개발사업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이어 지난 4월 ‘Net-Zero Banking Alliance’에 가입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금융회사, 국내 기업 최초로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다. SBTi는 기업들의 탄소감축 목표 수립에 대한 가이드를 지원하고 목표를 검증하는 국제 협약기구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사업 내 ESG 내재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사회 산하 ESG전략위원회를 열고 동아시아 금융그룹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국제협력 동참을 위한 ‘Zero Carbon Drive’ 를 선언했다. 그룹 자체적 탄소 배출량을 2030년 46%, 2040년 88%까지 감축,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은 2030년 38%, 2040년 69% 감축할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4월 ‘Net-Zero Banking Alliance’에 가입해 2050년까지 대출·투자 등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속가능한 금융실천을 위해 ESG 경영 확산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8월 환경·사회리스크 관리체계(ESRM)를 구축하고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이어 지난 9월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 ‘PCAF(탄소회계금융협회)’에 가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투명한 기준으로 탄소배출을 측정 후 그룹 계열사 및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