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공정위 전원회의 출석 '총수로는 처음'...'무혐의 처분'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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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공정위 전원회의 출석 '총수로는 처음'...'무혐의 처분' 가능성 높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12.15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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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혹 국감 제기' 채이배 전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 공정위, SK가 이익을 의도적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제공했다는 의혹 조사
- SK "기업의 가치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분 보유만으로 이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
-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 예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수가 직접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하는 것은 최태원 회장이 처음이기 때문. 더욱이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공정위 출석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전원회의 9명 중 4명에 제외되고 5명만 참석한 상황이라 5명이 모두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무혐의 처분'에 힘이 실린다. 

최태원 회장, 세종시 공정위 청사 도착 "수고 많으십니다"

최태원 회장은 15일 오전 9시 49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세종시 공정위 청사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을 한 최태원 회장은 오른손에 서류봉투 하나를 쥔 채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

직접 공정위를 찾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태원 회장은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사익 편취나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앞으로 위법이라고 판단 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채이배 전 국민의당 의원은 "(최태원 회장) 본인이 직접 소명하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 출석한 것 같다"면서 "만약 분위기가 안좋으면 특단의 조치로 벗어나려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채이배 전 의원은 "공정위 전원회의가 9명 중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졌다"며 "남은 5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라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담당 국장도 제척 이유가 없는데 빠진 것은 아쉽다"며 "공정위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판결해 결론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이배 전 의원

이날 전원회의에는 9명의 전체 위원 중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지면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만 참석했다. 최소 의결 정족수가 5명이기 때문에 5명의 위원 중 단 1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LG실트론(현재 SK실트론) 지분 29.4%를 사들인 과정의 위법성을 놓고 법리 공방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분 인수에 위법성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월, SK㈜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인 당시 LG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 8천 원에 인수했다. 이후 SK㈜는 지분 19.6%를 주당 1만 2871원에 추가 매입했다. SK㈜가 매입한 SK실트론의 지분은 총 70.6% 가 된다.

2차 매입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지면서 주당 가격이 낮아졌다. 채권단은 나머지 지분 29.4%를 공개경쟁입찰에 부쳤다. 최태원 회장은 이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 취득했다. 

공정거래법 23조, 총수 등 특수관계인에게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금지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된 저렴한 가격에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SK㈜의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고 보고 조사해왔다. 공정위 심사관은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한 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진 잔여 지분을 30%가량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19.6%만 가져가면서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 취득 기회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23조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SK㈜가 의도적으로 LG실트론 지분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이익을 최태원 회장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는 SK㈜가 상당한 이익이 될 걸 알면서도 최태원 회장이 그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공정거래법 상 금지된 사업기회 제공이라는 것. 

SK그룹은 강력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상법상 사명과 정관 등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지분, 3분의 2 이상을 충분히 취득했기 때문에 그 이상 지분을 사들일 필요가 없었다"며 "실트론 지분을 전부 매입하지 않은 대신 2017년 7월 중국 물류업체인 ESR 지분을 인수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트론의 지분 51%를 처음 매입할 당시 연간 투자 예산의 절반 가량을 써버렸기 때문에 지분 전체를 사들일 여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최태원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인수한 것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우리은행 등 10개 채권단이 보유한 29.4%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공개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이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제3단지에 위치한 SK실트론 본사
 

SK는 "최태원 회장이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분 취득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다"며 "기업의 가치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분 보유만으로 이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SK는 회사 소유도 아니었고, 독립적 제3자인 채권단이 주관한 공개 매각 입찰에서 취득한 것이라며 공정위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 "최태원 회장이 수싸움에서 승산 등을 고려해 정면돌파 선택"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는 심사관의 심사보고, 피심인(기업)의 의견진술, 심사관의 의견진술, 위원들의 질문 및 사실관계 확인, 심사관의 조치 의견 발표, 피심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심의가 종료되면 위원들만 비공개로 모여 위법 여부, 조치 내용 등 의결 내용을 합의한다.

통상 심의 당일 의결 내용을 합의하지만,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별도 기일을 정해 합의를 이어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태원 회장이 이미 수싸움에서 승산 등을 고려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 같다"며 "총수가 직접 나서면 공정위 입장에서도 '성의'를 느낄 수 있고, 대중적 이미지에서도 '책임'있는 경영자로서의 모습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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