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높은 이커머스업계, 이자 지급 압박 커져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 절차를 밟으면서 전세계적인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에 저금리 상황에서 ‘의도된 적자’를 감수해오던 이커머스업계의 경영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0.75% 금리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최대 4%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전세계적인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통해 투자를 확대해온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이 타격을 받는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업계는 이른바 ‘의도된 적자’ 전략을 통해 시장 인프라를 확대해온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간 이커머스업계는 저금리 시대에 풀린 돈을 흡수해 풀필먼트 역량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활발한 적자경영을 펼쳐왔다. 덕분에 전체적인 매출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적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다만 부채비율과 함께 이자지급 부담이 커지자 금리인상에 따라 수익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2019년 쿠팡의 부채비율(연결재무제표 기준)은 6121%로 일반적인 기업부채에 비해 50~60배 이상을 넘었다. 마켓컬리와 SSG닷컴은 지난해 말 각각 564%, 49.53%를 기록했다.
특히 스타트업부터 시작한 쿠팡, 마켓컬리 등은 직간접 투자의존도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이미 지급이자액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는 기업의 이자부담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X100)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금융기관 등에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고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차익을 보여준다.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이 높고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반면 비율이 낮으면 이자를 제외한 경영활동 수익이 낮아 잠재적 부실기업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쿠팡과 마켓컬리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은 각각 -9.32%, -11.3%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는 총 매출과 영업에서 이익이 발생해도 부채상환 후 수익률은 굉장히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쿠팡은 올해 1분기 이커머스 중 핵심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에서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자 지급 전인 조정EBITDA 기준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 아래 금융부채 이자가 늘어나면서 투자처 확보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수도권 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남부권을 둘러싼 업계간 물류센터 확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관해 삼성증권 박은경 수석연구위원은 “쿠팡이 지금까지 저금리 시대를 누리며 투자도 많이 받아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현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현금 흐름을 더욱 눈여겨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이 6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추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물가상승세까지 엎친데 덮친격인 가운데 이커머스업계가 향후 신규 투자처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