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빈틈 곳곳' 어디서부터 잘못됐나…우리은행, ‘허무한’ 700억대 횡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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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빈틈 곳곳' 어디서부터 잘못됐나…우리은행, ‘허무한’ 700억대 횡령 전말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7.2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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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8년간 700억대 횡령 사실 드러나
내부통제 빈틈 곳곳…인사·전산시스템 도마 위
금감원, 당국 책임론에 “아쉽게 생각한다”
이복현 금감원장. [출처=금융감독원]

지난 4월 금융당국이 검사에 착수한 7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사건 전말이 드러났다. 은행 시스템 곳곳에서 빈틈이 발견됐다. 부실한 인사관리와 전산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횡령 직원은 10년간 한 부서에서만 근무했다. 순환근무제를 정상 적용했더라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부실한 전산시스템이 횡령이 가능한 구조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가능한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부서업무를 한 직원이 독점하도록 10년 넘게 가만히 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우리은행, 어디서 물샜나…인사관리 체계, 일차적 원인제공


[출처=우리은행]

금융감독원이 26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A씨)이 총 8년간(2012년~2020년) 8차례에 거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사고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 때문이라면서도 “사고를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인사시스템 허점을 지적했다. A씨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지점발령 1년을 제외하고 기업개선부에서 10년간 근무했다. 통상 2~4년 마다 부서를 이동하는 은행권 내규에 비춰 이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영업점보다 본점부서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더 오래 근무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10년이라는 기간은 처음 접해본다. 그 결과 한 사람이 모든 부서업무를 독점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조사과정에선 또 다른 인사시스템 허점도 발견됐다. A씨가 2019~2020년 1년 간 “외부파견을 간다”고 허위보고를 하고 무단결근한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간 중 A씨가 9000억원을 추가 횡령했다는 점이다.

동 관계자는 “정부기관으로 파견을 간다고 보고하고 무단 결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 1년 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수기결제…전산시스템 구멍, 결정적 원인 제공


이준수 부원장. [출처=금감원]

부실한 은행 전산시스템 구조도 사고원인을 제공했다. 전체 8차례 횡령 중 4건은 윗선 결재를 받고 이뤄졌다. 그러나 모두 전자가 아닌 수기결재문서였다. 전산등록 절차가 필요 없었고 사전·사후 진위여부를 검증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휴가도 전자결재를 받는데 수기결재로 수백억원을 꺼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특히 수표로 출금할 경우 전산시스템에 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확인 못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8년간 유명무실했던 모니터링 시스템 문제다. A씨가 약 600억원을 3차례에 걸쳐 꺼내는 동안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체감사를 통해 거액이 빠진 계좌잔액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지난 8년 동안 이를 발견하지 못한 금감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준수 부원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검사과정에서 횡령 등) 특정 부분을 타게팅해서 개별 건별로 특정 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8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만큼 문책범위도 넓어질 것”이라며 “현재 책임관계가 있는 직원 수백 명을 추려놨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부원장은 관련 문책범위에 대해선 “현재 검사 결과를 가지고 파악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구속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사고자에 관련된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를 얘기하는 건 어렵다”라고 답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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