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대면거래 84.8%, 번개장터 비대면거래 79.1%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중고거래앱 경험실태를 조사한 결과 당근마켓은 대면거래, 번개장터는 비대면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은 거래지역 제한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반면 번개장터는 번개페이, 포장택배에 주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이 최근 석달 동안 중고거래 앱 이용자 1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원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4개 앱에 대한 만족도, 거래 금액대, 주 거래 방법 등 부문별 점수를 매기고 상호 비교했다.
조사 결과 가운데 특히 ‘주 거래 방법’이 이목을 끌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거래 방법이 여타 플랫폼 평균 대비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 것. 당근마켓 사용자는 대부분 대면거래를 선호하는 반면 번개장터는 대면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당근마켓 이용자는 84.8%가 대면거래를 이용했고 번개장터는 79.1%가 비대면 거래를 선호했다. 두 어플간 이용방법 차이는 전체 중고거래앱 평균 주 거래 방법(대면 51.3%, 비대면 48.0% 등)과 비교해도 극단적인 차이점을 보였다. 한편 중고나라와 헬로마켓은 모두 대면 41.1%, 비대면 58.0%로 집계돼 평균값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이용방법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이유는 양사 사업구조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 간 거래(C2C)에서 이용자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당근마켓은 거래 가능 범위를 지역생활권으로 축소해 동네주민간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타지역 물품을 검색할 수 있지만 채팅은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신원이 확실한 중고거래를 유도해 사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외에도 ‘동네소식’, ‘같이해요’ 등 비거래 부문을 주력 개발하면서 지역 커뮤니티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신원이 명확한 커뮤니티간 거래를 유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면거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번개장터는 타지역 검색은 물론 거래와 채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개인간 거래를 중개하는 기능 외에 비거래 부문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생활’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구인구직, 청소, 용달 등 '서비스' 거래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대신 번개장터는 일찍이 번개페이 등 안전 결제시스템을 활용해 피해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 번개페이 누적 거래액은 약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물론 당근마켓도 자체 결제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안전결제 시스템이 아닌 간편결제 기능이다.
이밖에 번개장터는 최근 포장택배를 전국단위로 확대하고 있다. 포장택배는 배송기사가 지정시간에 판매자 물품을 픽업·포장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번개장터는 서울 전 지역 외에 인천시 부평구, 경기도 부천시 등 수도권 전역까지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번개장터가 안전결제 시스템, 택배 서비스에 주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대면거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 방법에도 극명한 차이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23일 <녹색경제신문>에 "조사결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해봐야 겠지만 양 플랫폼간 사업구조적인 차이가 거래방법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사는 개인간거래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사업구조 특성상 거래방법은 플랫폼신뢰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중고거래앱 사기피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보다 획기적인 대안책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사기피해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360%, 704% 증가했다. 이에 국내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업체가 향후 어떤 해결방안을 개발 및 도입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