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 대당 수출 가격 내수 대비 3배 달해..."운송비, 후속 군수 등 포함된 가격"
- 일각에서는 군 전투력 공백 우려도... 최기일 교수 "한국군 보유 전차·자주포 유럽연합 전체보다 많아 기우"
폴란드 방산 수출이 진행되면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국제 방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방산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방산 수주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지난해 세계 6위로 국제사회에서 군사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방산 수출이 50억 달러를 넘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천궁Ⅱ 요격 미사일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호주와 이집트에 각각 약 1조원, 약 2조원 규모의 K-9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코로나19로 부진했던 방산 수출 실적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들어서는 폴란드에서만 최대 40조원대의 수주와 수출계약이 이뤄지면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방산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궁금증 하나, 재고없는 방산에서 50일만에 선적?...방사청, 국방부·군과 긴밀한 협의 후 지원
지난 19일 현대로템이 생산한 K2전차 10대와 한화디펜스의 K-9자주포 24문의 첫 선적이 이뤄졌다.
현대로템이 지난 8월29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계약체결 일자는 '8월26일'이다. 공시한 날로부터 불과 50일만에 선적이 이뤄진 셈이다.
방위산업은 무기체계를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다. 모든 제품은 주문에 의해 생산되고 생산이 되면 모두 납품이 이뤄진다. 그리고 전차나 자주포는 50일만에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따라서 이는 정상적인 납기로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폴란드에서 전차 수주경쟁을 벌였던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는 50대를 생산해 인도하는데 무려 5년이 걸린다고 제시했다. 반면 현대로템은 3년안에 180대를 인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방위사업청(청장 엄동환)과 국방부 육군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경제신문>이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초 내수용으로 생산이 진행되고 있던 K2와 K-9 물량의 일부를 방사청이 수출로 전환해줬기 때문에 이처럼 빠른 선적이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국방부·육군과 전투력 공백이 발생하는지 확인 후 업체에 수출용으로 전환하는 '속 깊은' 결정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방산업계와 군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기 선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수출실적을 늘리려 군의 전투력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방산전문가는 국군이 보유한 탱크와 자주포의 전투력이 이미 충분한 수준이어서 전투력 공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국내 방위사업학 박사 1호로 잘 알려진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방안보학부 교수는 "국군은 K1전차를 1000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K2는 지난 2014년부터 총 3차례의 양산을 통해 300대를 보유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약 1200여문의 K-55자주포와 1300여문의 K-9을 보유했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 보유량 보다 훨씬 많은 수량"라며 "폴란드로 초도 선적한 수출 물량으로 군의 전투력 공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기일 교수는 이어 "이번 초도 선적 이행으로 폴란드 정부로부터 천무 미사일 등 후속 수주를 받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방산은 물론, 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궁금증 둘, 'K-방산=가성비' 공식 맞나?...최기일 "가성비 논리에 매몰될 이유 없어...가격·납기·품질 3박자의 종합 경쟁력 따져봐야"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을 살펴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있다. 여태까지 K-방산의 경쟁력은 '가성비'로 압축되는 공식이 과연 맞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통상 한국 방산제품은 국제 시장에서 최고 성능은 아니지만 나름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가 높다고 평가돼 왔다.
그런데, 이번 폴란드 방산 수주를 이전과 비교해보면 특히 단가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사실상 이번이 첫 수출인 K2는 이전 내수 납품가(대당 100억원 미만)에 비해 무려 3배에 달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내수단가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무엇보다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고 사양에 따른 가격차이도 크고, 무엇보다 탄약 등 후속 군수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주한 이집트 수출 단가에 비해 약 2.5배에 달하는 수주단가로 계약한 한화디펜스 관계자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실제로 수출실적이 많은 K-9의 대당 단가는 한국군 40억원대, 이집트 약 60억원, 인도 약 75억원, 호주는 약 200억원대로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최근 급등한 환율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공시에서 계약당일의 환율인 달러당 1336원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방산이 굳이 '가성비' 논리에 매몰될 이유가 없다고 방산전문가는 지적했다.
최기일 교수는 "폴란드 전차 수주경쟁에서 K2는 독일 레오파드 전차와 유사한 가격(약 180억원)을 제시하고도 납기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해 수주에 성공했다"고 짚고 "수요자는 가격 뿐 아니라, 납기와 품질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굳이 가성비 논리에 매몰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