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에서도 체감...성과금 줄고 인력 재배치, 어수선해”
1년 중 가장 밤이 깊다는 동짓날(22일), 아침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DS 부문 임원진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올겨울 얼어붙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당장 내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에 임하기 위해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삼성 반도체의 나침반이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이날 회의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당사의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가 지금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임원진이 참여하는지, 회의 장소와 시간, 규모 모두 내부에서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 예상보다 더 심각”...전략 수정 카드 나올까?
반도체업계가 줄지어 생산량 감축을 선언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기어코 인위적인 감산이나 기존 투자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현재 체감되는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대다수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날 전략회의에서도 관련해서 어느 정도 설전이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조 600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약 42.3% 하향 조정했다. 8조 8000억원에 달했던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3%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수요 침체 사이클이 기존 전망보다도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메모리에 의존하는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D램의 경우 내년 4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며, 낸드플래시는 내년에도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내부에서도 체감...성과금 줄고 인력 재배치, 어수선해”
삼성 내부에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반도체 불황은 더욱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불황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캠퍼스에 근무하는 A씨는 “회사 내부 분위기가 최근 들어 많이 어수선해졌다”라며, “반도체 사이클이라는 게 주기적으로 호황도 있고 불황도 있지만, 현재 맞닥뜨린 상황은 전체적으로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내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DS사업부에 돌아가는 성과급마저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삼성은 매년 연말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기본급 100%의 TAI(목표달성장려급)를 올해에는 50% 수준으로 책정해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별로 OPI(초과이익성과금)를 차등 지급하는 카드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사업부 간 인력 재배치도 한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임직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또 다른 삼성 반도체 직원 B씨는 “내년초 OPI(초과이익성과급)는 50%가 확정적인데 이제는 내후년이 문제다”라며, “앞으로는 OPI율을 메모리사업부랑 파운드리사업부 다르게 적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부서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쪽에서는 앞으로 1~2년은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