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 부진 여파
"전문인력 배치 및 선제적 관리"
부채비율 연내 90% 내로 조정
이지스자산운용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달 한국신용평가는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요건으로 평판(Reputation) 리스크를 추가했다. 상업용 부동산 펀드 손실에 따라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회사 출자, 차입금 조달 등으로 소폭 악화된 재무 건전성도 등급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1분기 회사의 부채비율은 등급 하향 요건인 100%를 웃돌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잠재 부실 자산에 대한 전문인력 배치,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연내 차입금 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90% 이내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ESG 경영을 통해 비재무적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 요인이다.
◇ 평판 리스크, 새 신용등급 변수로 떠올라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6일 회사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시장 내 선두권 지위와 안정적인 이익창출능력을 갖추고 있는 강점 때문이다. 회사의 부동산펀드 수탁고는 1분기 24조원 국내 1위(점유율 14.9%)다.
다만 한신평은 이날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건을 추가했다. ‘평판(Reputation) 훼손으로 투자자 모집 난항 등 사업기반이 약화되는 경우’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관련 펀드 손실이 불거질 수 있는 배경 때문이다.
금리인상, 재택근무 확산 등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CRE에 따르면 미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10개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분기 12.9%로 지난 2009년 금융위기(13.1%)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배경에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펀드 자산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독일 트라이논빌딩이 편입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최대 임차인인 데카뱅크가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감정평가액 하락, 분배금 지급 유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펀드 기준가격이 1좌당 1128.71원에서 971.31원에서 13.9%(157.4원) 내려갔다. 1분기 회사의 전체 펀드 기초자산 중 26%가 해외자산이다.
회사 측도 경각심을 갖고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관계자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는 해외 부동산에 대해 전문인력들이 현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선제적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며 "위험요소들을 줄이며, 원활한 자산 매각을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1분기 부채비율 100% 넘어…”연내 90%내 조정 가능”
신용등급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이다. 한신평은 기존 등급하향 요건으로 ‘직접 투자 확대로 부채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1분기 회사의 부채비율은 102.7%로 이를 넘는다.
회사의 자기자본은 총 4178억원으로 부채(4290억원)를 2.7% 밑돈다. 싱가포르 자회사 출자, 유동성 조달 등에 차입금이 불어난 탓이다.
부채비율은 지난 3년간 ▲2021년 72.7% ▲2022년 90.7% ▲지난 1분기 102.7%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AUM(운용자산)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펀드 특성상 책임운용 측면에서 신규 설정 펀드에 고유자금을 투자하는 의무 출자금(GP Commitment)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차입금 상환일정을 고려할 시 부채비율은 100% 아래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본을 출자한 자회사 이지스아시아법인의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이다. 1분기 회사는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총포괄손익 36억원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운용규모와 시장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부채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기존 고유자금 투자 건에 대한 성공적인 매각 및 성과보수 등을 바탕으로 차입 상환할 예정이며 본 계획에 따라 차입금 상환 시 연말까지 부채비율은 90%대 이내로 축소 계획”이라고 말했다.
◇ 1분기 수익성 개선…ESG 경영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
본업에서 수익성은 연초 이후 가파른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120% 증가한 영업이익 235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2670%(227억원) 늘어난 규모다.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 -9억5000만원에서 1분기 133억원이다.
또 ESG 경영을 통해 비재무적인 측면에서 평판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회사는 2018년 GRESB 평가에서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 부분 최고등급 ‘5Star’를 획득했다. GRESB는 총 47조 달러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ESG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난 2021년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ESG채권(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작년 이사회 아래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ESG 리스크 점검 프로세스를 개발해 실물 투자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55개 국내 펀드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평판 분석을 한 결과 지난 6월 회사는 전체 중 13위를 기록했다. 5월 20위에서 7단계 올라간 위치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 프로세스 구축과 운용 자산의 친환경 개선, 소셜벤처 육성 등 '선언'보다 '실천'을 우선하는 ESG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GRESB 등 ESG 평가를 늘리며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