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고 디폴트옵션 도입했건만...상품 대다수가 물가상승률보다 수익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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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고 디폴트옵션 도입했건만...상품 대다수가 물가상승률보다 수익률 낮아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08.2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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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적립액 85% 수익률 2.26%에 불과
물가 상승률 2.3%와 비슷한 수준
초저위험 상품을 찾는 대다수가 은행 디폴트옵션 가입
"실적배당 상품 늘려 수익률 제고해야"
2023년 상반기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 상위 10개 금융기관. [자료=고용노동부]
2023년 상반기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 상위 10개 금융기관. [자료=고용노동부]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했으나 가입자 대부분이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초저위험 상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안정적인 상품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초저위험 상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은 것을 감안했을 때 도입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향후 고점을 찍고 하락한다면 지금보다 더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1년간의 사전 준비 등 유예기간 끝에 디폴트옵션 성적표를 공개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총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1조 1019억원이다. 1분기 대비 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제도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수익률 제고라는 취지와는 무색하게 대부분의 돈이 초저위험 상품에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초저위험 상품 적립액이 무려 9393억(85%)에 달했다. 저위험 806억, 중위험 488억, 고위험 332억 순이다. 

수익률 역시 낮은 편이다. 초저위험 상품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26%에 불과했다. 저위험 4.23%, 중위험 6.09%, 고위험, 8.88% 순이다. 위험 등급이 상승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맞지만 적립액 대부분이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있는 사실을 볼 때 디폴트옵션 상품의 취지가 다소 무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시중의 다른 예적금 상품이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봐도 낮은 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 금리는 현재 4%에 육박하고 있다. 적금 상품 대다수는 5%를 돌파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7월 기준 2.3%다. 디폴트옵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이다. 

현재의 안전지향적인 트렌드는 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다. 총 적립액 1조 1019억원 중 9766억원이 5대 은행에 몰려있다. 신한은행(약 3333억원), KB국민은행(약 3118억원), 하나은행(약 1476억원), 농협은행(약 1203억원), 우리은행(636억원)순이다. 

일각에서는 법을 다시 개정해서라도 원래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디폴트옵션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1년 12월 디폴트옵션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후 작년 7월 세부사항을 정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때 초저위험상품인 원리금보장형을 넣어야 한다는 은행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해외 선진국의 대다수가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은 원리금보장형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실적배당상품만을 허용했다. 이들 국가들은 10년간 연평균 8~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은 수익률은 높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 아무래도 퇴직연금을 개시하는 연령대 특성상 다소 안정적인 초저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만 가입자가 몰리는 상황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률 개선을 위해 실적 배당 상품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권 역시 하반기에 고위험 상품 추가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를 위해 힘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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