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논의 자체가 없었던 걸로 된 건 아니다"
5년간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2%에 불과
비금융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규제완화 해야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의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연기하자 은행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비금융업 진출을 속히 허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논의 자체가 없었던 걸로 완전히 연기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의견을 보완해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금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기 위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비금융 분야 사업자에게 보다 충분히 사전 설명을 하고 의견 수렴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발표 시기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이달 말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나왔다. 금융사가 비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골목상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은행권에서는 비금융업 진출 허용 방안 발표를 연기한 것이 실망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를 포함한 각지에서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의 수익구조는 이자이익 부문에 쏠려 있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은행의 총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평균 12%에 불과했다. 미국 등 선진국 은행들이 30~40%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것이다.
이자이익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련법에서 운신의 폭을 강제로 좁혀놨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최대 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미 정보통신 기업은 인터넷 전문 은행 주식을 34%까지 소유할 수 있어 은행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선진국의 경우 은행이 은행 업무 관련 타업종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다. 미국 현행법상 미국 금융지주는 중개·주선업, 데이터 처리처럼 금융 관련 업무범위를 수행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또 금융지주 아래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지분 전부를 인수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두차례에 걸쳐 은행법을 개정해 은행내 또는 자회사에서 비금융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들은 시스템‧앱 개발, 데이터분석 등 디지털 관련 회사나 지역상사를 만들어 비금융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논의가 계속 늦어지자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세간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현행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디지털 업무를 수행하는 빅테크 기업 투자 지분이라도 지금보다 더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기업의 일종이기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다변화된 통로로 이익 창출을 시도해야 한다"며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선 현행 규제 하에선 고객 대상으로 수수료를 더 받아야 하는데 그럴 순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은행도 비이자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