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에치와이(이하 hy)는 1969년 설립해 올해로 창립 54주년을 맞았다. 한국야쿠르트로 익숙한 사명은 지난 2021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과거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발효유'를 한국에 대중화시킨 기업으로 기억된다. 고 윤덕병 창업주는 수많은 노력 끝에 '병균'으로 인식됐던 '유산균'을 전국민의 건강음료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현 윤호중 회장 취임 후 2021년 hy는 사명변경과 함께 식음료 기업을 넘어 유통전문기업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공표했다. 반세기 쌓아온 핵심역량을 원동력 삼아 신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hy는 2023년 경영목표를 '앞으로 5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연구기술력 기반 전략제품 론칭 △채널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을 전략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5000여 균주 라이브러리' 연구기술력 기반 전략제품 론칭

hy는 2월, 4년만에 프로바이오틱스 신제품 '스트레스케어 쉼(이하 쉼)'을 선보였다. 장(腸) 건강 중심의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멘탈 건강' 영역으로 넓힌 획기적 제품이다. 자사 특허 유산균 5종과 기능성 소재 테아닌을 주원료로 만들었다.

hy는 50년 가까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 중이다. 1976년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치. 균주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도 80여 명 규모 연구진이 전국을 돌며 균주를 수집 중이다. 이렇게 모은 5000여 개 균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자산이다. hy는 이에 기반해 쉼과 같은 전략제품 론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라인업 확장은 시장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곧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hy는 천연물 연구를 통해 기능성 소재도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발효홍삼, 녹용에 이어 꾸찌뽕 등이 이미 제품화까지 성공했다. 

B2B 거래 활성화에도 힘쓴다. hy는 신사업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천연물 소재를 외부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만 총 12톤을 판매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올해 역시 신규 거래처 확보에 주쳑하며 거래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자체 물류망 활용한 '프레딧' 채널경쟁력 강화

hy는 코로나19 이후 재편된 시장 상황에 맞춰 채널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야쿠르트 아줌마'로 잘 알려진 '프레시 매니저'의 방판채널을 활용한 '프레딧 배송서비스'(이하 배송서비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배송서비스는 자체 물류망을 활용한 신사업이다. 자사 생산 제품에서 타사, 매입상품까지 배송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냉장배송도 경쟁력이다. 유통과정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배송 직전까지 신선함을 유지한다. 때문에 과일, 도시락, 샐러드와 같이 취급이 까다로운 제품 배송이 가능하다. 스티로폼, 냉매 등 저온 유지를 위한 필수 부자재가 들지 않아 경제적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 개선에 따라 포장육 배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취급 품목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hy는 논산물류센터 완공 이후 처리 물량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y는 현재 20여 업체와 사업 제휴를 완료했다. 취급 품목은 구독형 면도기부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다양하다. 신용카드와 진단키트, 커피 원두도 배송 중이다. 지자체 협업을 통해 취약계층 대상 물품 전달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hy는 추후 지역기반 서비스를 늘려가는 사업적 모델을 구상 중이다. 지역기반의 특산품이나 동네의 독특한 제품을 다크스토어 형태로 모아 현지 소비자에게 배송해주것이 골자다. 로컬 서비스는 지역 기반 프레시 매니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리커머스(중고거래)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령 소비자가 프레딧에 물건을 올리면 프레시 매니저가 소폭 수수료만 받고 전달해 주는 형태다. 리커머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hy 온라인몰의 경쟁력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매니저들의 수익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수 있다.

'안전이 곧 성장'...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구축

hy는 올해 초 '안전이 곧 성장'이라는 원칙 아래 안전보건경영방침을 수립하고 내부직원들과 공유를 마쳤다. 유해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신설한 전담 부서는 확대 편성해 실행력을 강화했다. 안전경영에 관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친환경 경영 행보도 이어나간다. hy는 지난해에만 200톤 가까운 플라스틱을 줄였다. 용기개량을 통해 총 6개 제품을 경량화 했다. 두께를 줄이고 일부는 뚜껑을 제거했다. 금호석유화학과 폐플라스틱 재활동도 본격화 했다. 재활용한 플라스틱은 별도의 공정을 거쳐 냉장고 등 가전제품 부품 소재로 공급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및 밀키트 포장을 간소화해 종이 사용량도 줄였다. 스푼과 빨대는 무지화로 재활용성을 높였다. hy는 연간 700톤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hy의 성장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기업들에겐 없는 1만명이 넘는 '프레시 매니저'의 존재는 최근 인수한 '부릉'과의 연계에 따라 기존 유통시장에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주목된다. 

hy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올해는 향후 5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천명한 원년"이라면서 "새롭게 정비되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존 hy가 보유한 핵심 역량과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