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철거비 2~6만원보다 오히려 올라
약관에 쓰여진 것과 다르면 민사로 가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2021년 11월 7개 렌탈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는 14일 이내 청약 철회 시에도 다양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공정위의 2021년 11월 보도자료에 언급된 교원웰스, SK매직, LG전자, 청호나이스, 코웨이, 쿠쿠, 현대렌탈케어 모두 각기 다른 명목으로 14일 이내 청약 취소에 대해서도 ‘철거비’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14일’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에 “법에 의해 소비자는 14일 이내 아무 이유 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지난 2021년의 시정 조치에는 이 기간의 범위 안에서의 청약철회권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14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때 갖은 명목으로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 A씨는 본지에 “교원은 4만원, SK매직의 경우 ‘등록비’ 명목으로 1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 LG전자의 경우 필터 비용으로 10만 8000원을 청구하고, 청호나이스는 약 5만원의 소모품 비용과 3~5만원 상당의 철거비를 요구했다”며 “모두 공식 상담센터에서 안내받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코웨이는 위약금은 없지만 설치 및 수거 비용으로 5만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쿠쿠는 소모품비이므로 제품에 따라 5~10만원 정도, 현대렌탈케어는 아예 철거하면 5만원이고 교환하면 3만원이더라”라고 말했다.
‘철거비’는 공정위가 지난 2021년 시정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당시 공정위는 “방판법에 의해 계약서를 받거나 재화 공급이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며 “방판법에 적용되는 거래의 청약철회 시 철거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게 한 조항을 삭제했다”라고 알린 바 있다.
다만 “소모성 부품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은 남아있어 업체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14일 이내 청약철회시 소모성 부품까지 사업자가 부담한다면 부당할 수도 있어 이 조항을 남겨둔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결국은 ‘철거비’를 물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2021년 이같은 시정조치를 내리기 전 철거비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저렴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람들의 예전 블로그 기록이나 아카이브된 문서를 보면 2017년만 해도 철거비는 2만원, 많게는 6만원 선이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고객상담사는 철거비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B사의 고객상담사는 “철거비는 무조건 발생한다”며 “필터값이라고 볼 수 없다. 기사가 방문해서 설치하고 철거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담사도 “14일 이내 취소 시 위약금은 없지만 설치와 수거에 대한 비용은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상 철거비’가 약관에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직접 계약하기 전에 사업자가 약관을 공개해야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에는 ‘사업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의 내용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반드시 미리 약관을 공개해야한다는 내용은 법에 없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약관에는 철거비에 대한 내용이 없지만 실질적으로 철거비를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면 ‘약관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약관의 이행 여부를 따지려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