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5대 은행은 71%에 달해
"고금리 시대에 고객에 너무 큰 부담 지는 건 아닌지" 지적
"전면 면제하긴 쉽지 않으며 면제 조건을 확대해야" 반론
최근 3년간 국내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 명목으로 약 1조 가까이 수입을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5대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만 7000억원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현재 수수료 산정체계가 모호하기에 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는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이라며 "요즘 은행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모자라 수수료도 지적을 받으니 곤란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조기 상환 시 물리는 중도상환수수료로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국내 16개 은행이 벌어들인 중도상환 수수료 수입은 약 98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이 벌어들인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이 7171억 원에 달해 은행권이 벌어들인 수입의 71%를 기록했다.
수수료 수입은 국민은행이 174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1507억원을 기록했고 우리은행 1382억원, 신한은행 1349억원, 농협은행 1155억원 순이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도중에 조기상환할 시 은행이 대출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차주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비용이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통상 상환금액, 수수료율, 대출 잔여일수 등을 고려해 부과된다. 5대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는 가계대출 기준으로 0.5~1.4%에 분포돼 있다.
실제로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 입장에선 무시 못할 수준이다. 가령, 3억의 자금을 주택담보대출 명목으로 30년간 대출받을 경우(중도상환수수료 1.4% 적용), 1년 만에 대출금을 일시상환하면 280만원을 중도상환수수료로 내야 한다.
문제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준이 은행마다 다르고 기준이 공개돼있지 않아 다소 불투명하다는 데에 있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중도상환수수료에 원칙이 없다"며 "중도상환수수료는 조달금리 변동에 대한 은행의 손실비용에 따르는데, 저금리 때 대출한 걸 고금리 시기에 중도상환하면 손해가 없고 오히려 이익인데도 은행은 이에 대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날 여당 소속인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고금리 시대에 저리의 대출로 전환하고 싶어도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커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며 "대출을 계약된 기간보다 일찍 상환한다는 것을 이유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산정기준이 모호하고 수수료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면서 시중은행에 수수료를 면제 혹은 감면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점포 운영비나 인건비 등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을 일시적으로 차주가 갚을 경우 은행 입장에선 조달 미스매칭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전면 면제하기란 쉽지 않으며, 면제 조건을 확대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