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순
5대 금융 고정이하여신 작년 말보다 0.13%p 증가
"하반기 경기침체 예견된 만큼 대규모 충당금 적립 기조 이어가야"
5대 금융지주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3분기 기준 전년대비 2배가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은행 연체율이 오르는 동시에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고 있어 대규모 충당금 적립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권은 대규모 부실채권을 상각 혹은 매각하거나 충당금을 적립해 대응하고 있으며 아직까진 안정적이다"라며 "다만 하반기에 대출을 못갚아 연체되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어 금융권은 주간 단위 모니터링을 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농협)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해서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6조 8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조 3766억원보다 3조 5126억원 증가한 수치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3분기까지 1조 7682억원을 쌓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4.2%p 급증했다. 이어 신한금융이 1조 4773억원을 적립해 전년대비 73.4%p 증가했으며, 농협금융은 1조 3468억원을 쌓아 같은 기간 대비 159.1%p 늘며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조 2184억원을 적립해 105%p 늘었으며, 우리금융은 1조 786억원을 쌓아 73.5%p 증가했다.
금융지주들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는 기조를 보이는 데는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고금리 장기화를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실제로 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비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47%로 작년 말 0.34% 보다 0.13%p 올랐다.
통상 금융권 대출은 부실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에서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대출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NPL로 분류해 관리한다.
NPL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으로 올해 3분기 기준 0.52%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 0.41%보다 0.11%p 오른 수치다. 이어 KB금융과 농협금융이 0.48%로 작년 말 대비 각각 0.14%p, 0.18%p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0.46%로 집계돼 작년 말 0.34%보다 0.12%p 올랐으며 우리금융은 0.41%로 같은 기간 0.31%보다 0.1%p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역시 치솟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0.36%를 기록해 작년 동기 0.19%보다 0.17%p 상승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3분기 0.31%로 0.12%p 상승했고 하나은행은 0.29%로 집계돼 0.11%p 올랐다. 신한은행은 3분기 0.27%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06%p 올랐으며, 국민은행은 0.25%로 집계돼 같은 기간 대비 0.11%p 증가했다.
부실채권이 쏟아져 금융권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는 것에 대해 김주성 하나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는 "건전성은 모든 지주가 올해 어려운 상황을 예상해 보수적 계획을 짜고 있다"며 "국내외 정세가 훨씬 어려워져 건전성 관리가 어려웠던 측면이 있고 내년은 올해보다 어려운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는 부실채권비율을 금융권에서 관리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에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다만,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인만큼 부실채권 비율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충당금도 지금 수준 이상으로 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