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따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의 불법에 대한 1심 재판의 구형(求刑)이 있었고 내년 초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이제 현대, 한화 등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는 소유집중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패턴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를 폐지 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사례나 160년 이어져 오는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권 승계 사례를 살펴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공익재단법인들이 직접 소유한 인베스터를 통해 소유권을 행사하지만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모범적인 소유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운영하여 스웨덴 국민들에게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국내 소유집중대기업도 공정한 지배구조, 상속세제 개선을 통한 정상적인 경영권 승계, 공존하는 시장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면 존경 받는 영속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소유지배구조 구축 운영
소유집중 대기업의 창업주 가문은 소수지분을 통하여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소유경영체제로 발전해 왔다. SK그룹 경우에는 “따로 또 같이”경영 철학 아래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강화하는 형태로 소유경영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체제는 주인의식과 강한 리더십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하는 장점이 있으나 경영권 오남용, 소액주주들의 이익 침해 등의 문제점이 있다. 소유집중 대기업이 존경 받는 영속기업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체제의 장점을 활용하여 공정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구축, 운영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유지배구조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속세제의 개선과 공익법인의 기업지배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 한다. 또한 기업의 경영권이 모든 주주의 동등한 권리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상속세제 개선을 통한 정상적인 경영권 승계
경영승계의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 경영권 분쟁과 세금문제이다. 경영권 분쟁은 지배주주 가족뿐만 아니라 주요 주주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상속세는 최고 50%이고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20% 할증할 경우 최고세율은 60%로 매우 높은 세계 1위수준이다. 이러한 높은 상속세율은 넥슨(NXC)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부가 2대주주(29.3%)로 등극한 것처럼 소유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등 소유집중 대기업 집단이 수십 년 전부터 일감몰아주기, 전환사채 저가 인수, 불공정한 합병 비율 등 여러 가지 편법을 통하여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낮추고 공익법인의 기업지배를 인정하는 추세이다. 이에 맞추어 국회에서도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제도 폐지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세제 개선의 움직임이 있다. 이번 기회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 편법과 불법을 부추일 수 있는 과중한 상속세나 공인법인의 기업지배규제 완화,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 등 개선방안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와 법개정이 이루어 정상적인 경영권 승계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공존하는 시장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공헌
시장생태계의 질서가 소유집중 대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으로 훼손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높은 상속세제가 개선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된다면 건강한 시장생태계의 기반이 조성되어 경쟁이 촉진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져 경제적 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생기업의 창업 활성화를 통해 시장생태계의 활력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생태계 구성원들 간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고,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장 환경 조성에 소유 집중 대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상속세제 개정 등 제도적 기반 조성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소유집중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은 존경받는 영속기업으로 발전해 가기 위하여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통해 기업은 사회의 신뢰를 얻고,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생산, 영업 등의 경영활동은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기준에 맞게 이루어지고 사회적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활동과정에 있어서 관련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함을 물론이고 친환경 경영을 통해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영도 상명대 교수/ESG전문가 bizstar20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