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및 해외 자동차 시장에서 77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해 눈길을 끈다.

27일 업계는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이 최초로 30만대를 돌파했고, 그 중 현대차·기아의 차량이 25만대 이상으로 약 8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기아 대리점 관계자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지금 신청하면 공식납기까지 약 1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상황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으나 현재 무서운 속도로 판매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 역시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 몰랐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물론 생산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하이브리드 차량 중에서 선방하고 있어 납기까지 약 9개월 정도가 걸린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카 열풍이 불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졌다. 또, 전기차에 비해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적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다양한 차량을 출시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는 12년 이상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기아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쏘나타와 K5 차량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토요타와 GM 등이 ‘직병렬형(복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고, 토요타가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하려다 포기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이 빛났다는 후문이다.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엔진과 변속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우수한 기계공학 역량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1991년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엔진을 개발해왔다. 2019년에는 엔진의 종합적인 성능을 높여주는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첨단 엔진 제어 기술력과 함께 창의력이 접목된 결정체로 꼽힌다.

이어 2009년에는 완성차 업체로는 세 번째로 6단 자동변속기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변속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쌓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기아는 첫 하이브리드 시스템 양산 이후에도 꾸준히 성능개선과 효율 증대를 도모해 왔다고 전해진다.

최근 출시된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차량은 지금까지 현대차·기아가 확보한 모든 하이브리드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니발 1.6 터보 하이브리드는 최고 14.0km/ℓ의 뛰어난 연비뿐만 아니라 시스템 최고 출력 245마력(엔진 최고 출력 180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 37.4kgf·m(엔진 최대 토크 27.0kgf·m)의 우수한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54Kw급 고성능 모터가 탑재되면서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하이브리드카 중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이 가장 높다. 이러한 높은 상품성 덕분에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전체 카니발 계약 고객 가운데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카 모델에 대한 글로벌 전문지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현대차의 소형 SUV 코나 하이브리드는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Auto Bild)'가 진행한 비교평가에서 토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를 압도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코나 하이브리드는 평가항목 중 △바디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등 4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종합점수 564점으로 543점을 받은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를 제쳤다.

지난해 9월에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아우토 빌트의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540점에 그친 토요타 RAV4를 23점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두 결과는 그간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름잡던 토요타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에 앞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후륜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제네시스 등 하이브리드 차량의 라인업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후륜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은 물론, 현대트랜시스 등과 협력해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당분간 지속될 하이브리드카 성장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효율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성능 엔진과 결합될 예정이며, 연비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운전 경험과 친환경 차량에 대한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