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주도로 표준화된 ESG 체계 개발 나서야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탈탄소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유럽연합(EU) 등에서 친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이하 구 회장)은 “우리나라 조선사·해운사가 IMO나 EU의 친환경 규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면서도 “해운 운영에는 선박, 컨테이너, 장비, 컨테이너터미널, 글로벌 네트워크를 비롯해 상당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데, 기존의 ESG 관행을 혁신하고 통합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업계의 선박 발주 현황을 보면 친환경 선박이 주를 이룬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친환경 선박 수주 계약을 대거 따내며 국제 선박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탱커 2척, 자동차운반선(PCTC) 2척, 해양 1기 등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이 설립할 해운사 ‘한화해운’은 무탄소 추진 가스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 주력이 예상된다.
앞서 IMO는 오는 4월 탄소집약도지수(CII)에 따른 등급을 발표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계획을 밝혔다.
구 회장은 먼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주도로 해운선사, 관련 협회, 선박금융기관, 수출입 화주, 해운물류기업, 항만공사, 학계 등이 모여 협의체구성하고 표준화된 ESG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ESG 실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해운업계, 이해관계자, 정책 입안자 및 선박금융기관 등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운 부문 ESG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최근 결렬된 HMM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 회장은 “관 주도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영 표준에 걸맞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구비하기 위한 재무적 투자에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늦출 수 있다”며 “민간기업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해운 기업이 ESG를 실천하면서는 투자자들이 장기 수익을 얻기보다는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장기 수익에 근거한 투자자를 모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약력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로지브릿지방송 파트너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심사평가위원
-우체국 국제물류지원단 심의위원(항공)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물류학박사(물류경영)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무역전공)
다음은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의 인터뷰 전문이다.
1. 현재 우리나라 조선사, 해운사가 IMO나 EU의 친환경 규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고 보십니까?
구교훈(이하 구): 네. 한국 조선사와 해운사의 대응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사는 세계 최고의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IMO가 규정한 친환경 선박의 필요를 충족합니다. 한국은 수주 물량 1위인 중국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친환경 선박과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합니다.
2. ESG를 해야만 하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구: 먼저 기술혁신의 비용 측면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 또는 배출량 감소 시스템과 같이 새롭고 환경 친화적인 기술에 투자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선박, 컨테이너, 장비, 컨테이너터미널, 글로벌 네트워크 등의 자본이 집약되어 있는 산업에 ESG를 더하려면 말 그대로 ‘혁신’이 필요합니다. 또 이러한 친환경 연료를 조달할 때 국제시세의 변동성이나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의 위험성 여부는 해운선사들에게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건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아직까지 한국 해운산업에는 표준화된 ESG 성과 지표와 이를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는 체계가 미흡합니다. 투자자들이 해운 선사의 ESG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지요. 해운산업과 관련해 IMO 등에서 내놓은 환경 표준이나 기준, 규제가 EU 등 전 세계 관할 구역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투자를 결정하는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일부 투자자는 ESG를 '위험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 투자를 주저할 수도 있습니다. 해운선사들의 ESG 이행이 반드시 선사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운선사의 막대한 초기 ESG 이행 비용 투자에 대해서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이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의 특성상 장기 수익을 얻기보다는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질적인 장기 수익에 근거한 투자자를 모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 규모나 자본이 취약한 소규모 해운선사들이 제한된 자원 또는 투자자 간 인식 부족으로 인해 ,ESG 실천을 위한 자금 조달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3. 해운 산업구조의 양상이 궁금합니다. 국제 표준은 어떠한가요? 또 HMM의 지배구조가 국제 표준에 부합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구: 현재의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최대 주주로 있고 국민연금이 지분을 참여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 주도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영 표준에 걸맞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구비하기 위한 재무적 투자에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HMM을 EU 등 유럽계 선사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워, 얼라이언스 구성과 참여도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간기업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지배구조의 경우, 오너일가가 소유하거나 특정 오너가 소유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너 일가 소유 방식의 경우에는 승계 문제에 집중하고 배당금과 지분 유지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재무적 투자를 제대로 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주주환원정책에 있어서 매우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4. 탈탄소 시대를 맞는 조선·해운업에 조언하자면요.
구: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주도로 해운선사, 관련 협회, 선박금융기관, 수출입 화주, 해운물류기업, 항만공사, 학계 등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표준화된 ESG 체계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ESG 실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해운 부문 ESG 통합의 장기적인 이점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하고요. 해운업계, 이해관계자, 정책 입안자 및 선박금융기관 간 등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