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안전 교육 이미 실시 중... 일각, "배달업 특성에 대한 고민 없었다"
배달종사자, "'미션' 제도가 위험 운행 부추겨"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안전한 배달 문화를 위해 민·관이 협력해 '교통법규 준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협력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교육의 부재로 위험한 배달 문화가 조성된 것이 아닐뿐더러, '교육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위험운전 관행이 자칫 배달기사 개인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 배달업 종사자는 위험 배달 문화의 원인이 교육 부재 때문이 아니라, 빠른 배달을 부추기는 배달앱의 '미션 제도' 때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 "민·관 협력해 교통 교육 강화"... 실효성 의문 제기돼
1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배달 플랫폼 등이 교통안전 문화를 위해 체결한 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안전한 배달 문화 조성을 위해 민·관이 협력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국토부가 우아한청년들, 쿠팡이츠서비스 등 8개의 배달 플랫폼과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배달서비스공제조합, 손해보험협회와 '배달종사자 교통안전 문화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해당 협약을 통해 배달 이륜차의 위험운전 관행을 억제하고 배달 안전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약의 주요 6가지 내용은 대부분 교통안전 교육과 관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체계 마련, 교통안전교육 운영, 사고 예방·교통법규 준수·자율적 휴식 부여 등의 플랫폼 운영, 라이더 안전의 날 지정, 보험 상품 개발 등 배달 종사자의 교통 법규 준수를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통 교육 강화가 위험운전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위험한 배달 주행 문화가 교육의 부재로 야기됐다기보다는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 배달업 특성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위험운전 관행을 교통 교육의 부재로 생긴 배달이륜차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미준수 행태로 치부할 경우, 업계 특성에 대한 고민 없이 단지 배달 종사자 개인의 문제가 교통질서를 위협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어 비판받고 있다.
배달플랫폼 안전 교육 이미 실시 중… 배달종사자, "'미션' 제도가 시간에 쫓기게 해"
실제로 배달 플랫폼 대부분은 이미 사전에 교통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파트너 앱 사용 전 안전교육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쿠팡이츠는 해당 교육 미수료 시 배달파트너 앱 온라인 사용이 불가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배달 시작 전 교육 이수를 필수로 시행 중이다.
배달 플랫폼 측은 해당 협약에 대해 꾸준히 진행해온 교통안전 준수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입장을 전했다.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정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한 안전 교육 강화는 배달업계가 꾸준히 실천해온 교통안전 준수 방안 중 하나"라며 "다만 협약뿐만 아니라 실질적, 구체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부분 또한 적극적으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달업 종사자는 배달 플랫폼 등이 실시하고 있는 '미션' 제도가 위험 운행을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미션' 제도는 배달 플랫폼이 배달 피크 타임이나 기상 악화 시에 부족해지는 배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모션 정책이다. 해당 프로모션을 수락할 경우 배달 건수 등의 '미션' 달성 시 배달기사에게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3~4만원까지 보상이 주어진다.
한 배달업 종사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배달 플랫폼이 배달기사 유입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일명 '미션' 제도가 무리한 운전을 부추기기도 한다"며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 이상의 배달 건수를 수행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시간에 쫓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션이 들어오면 배달 건수를 채우기 위해 배달 단가가 낮은 콜(배달 요청)도 수락하게 된다"며 "건당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미션 보상 금액을 받은 것이 크게 이득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박지홍 교통물류실장 또한 "종사자들이 하나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하려나 보니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혀, 배달업 특성과 관련한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배달 종사자들의 안전과 교통질서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업계의 특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