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고복격양(鼓腹擊壤): 모두가 행복한 기업경영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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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고복격양(鼓腹擊壤): 모두가 행복한 기업경영을 하려면?
  • 녹색경제신문
  • 승인 2024.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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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원 HNIX 대표 & 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차동원 HNIX 대표 & 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고복격양’(鼓腹擊壤)은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한다’는 뜻이다. 순(舜)과 함께 이른바 '요순'(堯舜)이라 하여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불리는 중국 요(堯) 임금이 백성들이 사는 마을을 순행할 때 ‘한 노인이 나무 그늘에 누워 손으로 자기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의 ‘함포고복’(含哺鼓腹)과 함께 태평성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디지털 경영이란 ‘기업이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IT를 통해 다양한 경영정보에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를 경영전략에 접목하는 경영’으로 정의된다.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 학교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고 배우지 않았는가. 

최근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목적, 새롭게 이슈화

그런데 최근 들어 기업의 목적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사회가 기업에게 ‘이윤을 추구하는 이유’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윤이 있어야 기업이 존속할 수 있고, 기업이 존속해야 직원, 주주,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기업 경영의 본질적 목적은 ‘기업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디지털 경영의 목적 또한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등장한 것이 바로 ‘ESG’라는 새로운 가치 프레임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또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다양한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적 책임, Governance·지배구조)를 지표화한 것으로,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CSR)은 물론 환경보호와 투명한 지배구조(윤리경영) 영역까지 포함해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경영전략의 구루 마이클 포터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가 기업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이윤 창출 후에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윤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수년에 걸쳐 수백 개의 기업을 리서치하고 수십 명의 위대한 리더를 인터뷰한 후 이를 분석해 ‘향후 10년간 기업의 번영을 결정할 9가지 전략’을 제언한 책 에서 첫째 전략으로 ‘공익을 통한 무한성장’을 꼽고, 기업의 제품, 서비스, 운영, 핵심역량,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총체적인 이익을 뜻하는 ‘TSI’(Total Societal Impact·총 사회적 영향)를 전략관리 지표로 제시했다.

ESG, CSV, TSI는 공통적으로 기업의 목적이 이제 단순 ‘이윤 창출’을 넘어 기업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가치 창출’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하려면?...직원이 가장 행복해야

그렇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위한 시작점은 어디가 되어야 할까. 가장 먼저 행복해야 하는 사람은 직원이다. 행복한 직원이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직원이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의 일에 몰입할 때 조직의 창의력과 잠재력은 최대치로 발현되며, 회사의 혁신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한 때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기적적으로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CEO는 그 비결을 “기업의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몰입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경영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을 ‘창의적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기업에 시급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바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에게서 모든 답을 찾았다”고 했다. 

경제 매거진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2010·20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021년에는 GPW(The Great Place To Work)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술 기업'과 '밀레니얼 세대가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SAS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행복한 젖소가 더 많은 우유를 만든다’(Contented cows give more milk)다.  이 회사의 짐 굿나잇 회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이 SAS의 자산”이라며, “매일 저녁 회사 정문을 빠져나가는 우리의 자산이 다음날 아침 다른 회사의 정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정문으로 되돌아오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성장 엔진인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고복격양, ‘함포고복’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일에 기꺼이 몰입하고 그 보상으로 배불리 먹고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동막골’이라는 판타지적 이상향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촌장도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을 묻자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라고 답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디지털 경영에서 기술을 위한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인력 축소를 위한 기술도 우선순위가 아니다. 사람을 위한 기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직원과 관계자들을 배불리 먹이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회사라면, 그곳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차동원 HNIX 대표/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dongwoncha@gmail.com)

녹색경제신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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