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칩셋은 맥북 OS만…명령어 수 1/10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수직계열화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애플이 오늘(14일)까지 WWDC(세계개발자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M 시리즈(애플이 설계한 칩셋)가 빠른 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수직 계열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컴퓨터공학과의 A 교수는 “윈도우 기반 PC와 비교하면 쉽다”며 “윈도우를 쓰는 PC는 여러 회사에서 만든다. CPU를 만드는 회사도 여러 곳이고 완성품 PC를 내놓는 회사도 여러 군데다. OS(운영체제)가 이 모든 하드웨어를 다 지원해야하는 만큼 최적화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플은 운영체제도 자기들이 직접 만들고 하드웨어도 직접 설계하지 않나. 수직계열화가 돼 있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화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체감 속도가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적화 방식의 예로는 ‘가속화 블럭’을 들 수 있다.
A 교수는 “보통 칩을 설계할 때 한 회사가 칩의 모든 것을 설계하지 않는다. 여러 회사에서 사온 것들올 조합하는데, 이 때 사 오는 조각을 ‘블럭’이라고도 부르고 ‘IP’라고도 부른다. 빠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특정 작업을 빠르게 하기 위한 블럭을 추가한 것”이라며 “아까 이야기했듯 애플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블럭을 추가하느냐는 선택에 있어 자유롭다”고 말했다.
애플이 하드웨어와 OS를 동시에 설계하면서 처리해야 되는 명령어 수가 적어지는 것도 빠른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반도체학과의 B 교수는 “애플의 칩셋은 맥 운영체제만 돌리면 된다. 윈도우 기반 PC는 워낙 제조사가 다양해 200개의 명령어를 지원하도록 준비해둬야 하는 반면, 애플의 칩셋은 맥 운영체제만 구동하면 되니 명령어를 20개만 돌려도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명령어 집합(instruction set)에 최적화돼 있다고 한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는 시류에 맞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학과의 C 교수는 “예전에는 CPU 하나가 모든 일을 처리했다. 이제 GPU도 추가되고, 여러 개의 칩이 같이 일을 하게 됐다. 일을 배분해 주는 방식, 즉 시스템 단위에서의 설계가 경쟁력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