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신한은행 실적과 하나은행 해외법인 성장세 두드러져
다만 동남아 등 특수 지역 쏠림 진출 현상은 개선해야할 듯
주요 시중은행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점포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로 해외법인에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등 특수 지역에만 진출하려는 쏠림 현상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넘어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은행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해외 경쟁력 강화로 지난해 해외법인 실적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법인 당기 순이익 합산 금액은 7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4억원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한은행 4824억원 ▲우리은행 2279억원 ▲하나은행 1128억원이었고 국민은행 1114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2년 5580억원이었던 적자 금액을 80% 가까이 줄였다.
가장 좋은 해외 실적을 보여준 신한은행은 신한 카자흐스탄은행의 강력한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신한 카자흐스탄 순익이 2022년 94억원에서 2023년 687억원으로 큰 폭 개선됐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한국계 기업 자산 유치효과가 있었다”며 “현재와 같은 국제 정세가 진행될 경우 신한카자흐스탄 은행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신한은행은 연내 글로벌 영업점도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베트남 법인 3개와 멕시코 법인 내 사무소 1개를 지점으로 전환한다.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보여준 은행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은 4대 시중은행 중 3위 수준이지만 2022년 709억200만원이었던 해외 법인 실적을 1128억원5600만원까지 약 60% 증가시켰다. 하나은행 측은 “자산성장과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로 이자이익이 증가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로 중국법인의 충당금 전입을 감소시킨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2022년 972억원 순손실에서 2023년 4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글로벌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진출한 지역과 진출 예정인 지역의 1등 금융기관을 발굴하고 기업금융 등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부터 협업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공동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노력한다. 글로벌 균형 성장을 위해 헝가리∙폴란드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하나은행 측에 따르면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해외 채널을 개설하고 업무를 개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측은 “한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중부 유럽 추가 진출 등으로 선진지역과 신흥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주요 시중은행의 해외 진출 성적은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이 동남아 등 특수지역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쏠림 현상은 다소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4개 은행이 진출한 국가 41개 중 점포 수 상위 10개 국가 중 8개국이 아시아 지역이었다. 그 중 특히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의 점포가 20개, 14개, 9개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은행이 특정 지역에 몰려서 진출할 경우 리스크 관리와 성장 측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포커스’를 통해 “향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추가 진출 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