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등 금융범죄 계속 발생하는데...시중은행들이 당국에 일찍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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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등 금융범죄 계속 발생하는데...시중은행들이 당국에 일찍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5.2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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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법 개정안, 7월 시행
은행과 금융지주는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 제출해야
신한은행, 은행 중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작성 완료
"아직 미비된 점 많아 책무구조도 당국에 제출은 일러"
올해엔 시범운영에 그칠 듯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금융범죄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조기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당장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보다 시범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제출 시점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범죄가 은행권에 계속 발생하는 것이 송구스럽다"면서 "당국에서도 불완전한 책무구조도를 급히 제출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작성하라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7월 3일에 시행된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받았기에 내년 1월 3일까지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책무구조도는 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문서를 말한다. 1인 1역 체계를 구축해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함이다.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음에도 시중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시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행동하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이미 완료했고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에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역시 책무구조도가 현행 제도와 배치되지 않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22년부터 이미 신한은행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현재 작성을 완료했다"며 "이르면 연내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KB국민은행 역시 이르면 올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또한 각각 작년 9월과 12월부터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은행권이 책무구조도 조기 시행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올해 당국에 공식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할진 미지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는 책무구조도를 시범운영만 할 것으로 예상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직 제도가 생소하고 미비된 점이 많기에 당장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기엔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뒤 금융범죄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시, 책무구조도 상에 내부통제 책임이 적시돼 있는 해당 임원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같은 범죄가 발생해도 이 같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곧 책무구조도 작성이 완료될 것으로 안다"면서도 "당장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제출하기 전에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하고 업무 책임을 재분배하는 등 해야 할 것이 많다"며 "시범운영을 통해 제도에 익숙해지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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