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 중단 여파 커
금융당국, 금산분리 완화 군불 떼는 중
22대 국회에 제동 걸릴 가능성 높아
박홍배 "금산분리 완화, 은행 시스템 리스크 야기할 것"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은행권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반대로 비이자이익은 도리어 줄고 있다. 이자이익 의존도는 전년대비 늘어난 상황이다.
수익원을 다각화하고자 시중은행들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을 늘리면 이자장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비이자이익을 늘리자니 각종 장애물이 있어서 답답하다"며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올해 1분기 거둔 비이자이익 규모는 3조8312억원으로 작년 동기 4조3821억원과 견줘 12.6%(550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이 12조5909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6.5%(7693억원) 불어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간 격차는 7조4395억원에서 8조7597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지주 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이 1조2605억원의 비이자이익을 시현해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신한금융(1조25억원), 하나금융(7126억원), 농협금융(5046억원), 우리금융(3510억원) 순이다.
은행권은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며 각지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작년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비이자이익을 늘리고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3년 내 중도상환하는 차주들에게 합리적인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부과하던 중도상환수수료를 손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은 1.2~1.4%, 신용대출은 0.6~0.8%로 획일적으로 부과되곤 했다. 대출 취급에 따라 실제 발생하는 필수적 비용만 반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인 수수료 수입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국내 16개 은행이 벌어들인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약 9800억원에 달한다. 부과 기준이 합리화됨에 따라 반토막 이상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는 셈이다.
올해 초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한 것도 비이자이익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다. 홍콩 ELS 손실 사태의 직격을 맞은 시중은행들은 1월 일제히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ELS 판매를 중단하지 않은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신탁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1분기 기준 1774억원의 신탁 수수료 수익을 거둬 1년 전 1896억원 대비 6.4%(122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을 늘리고자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인 방카슈랑스로 눈을 돌렸다. 올해 1분기에만 1181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나 비이자이익 제고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은행권의 비금융업 진출 활로를 열어 수익 다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행 은행법상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비금융사의 지분을 각각 5%와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은행들은 줄곧 투자 제한 빗장을 풀어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융당국도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대해 운을 띄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산업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위한 길은 가시밭길일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령에는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경제적 피해는 억제시킨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금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했던 박홍배 전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원내 입성했다. 당국이 은행권을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리는 만무하다는 게 업계중론이다.
박 의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은행들이 MVNO(가상 이동망 사업자)나 배답앱 등 비금융사업에 진출하려 하고 있지만, 도리어 유사 금융서비스를 영위하는 빅테크들이 규제를 받지 않고 금융업에 진출하도록 명분만 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야기하고, 시스템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리스크는 실물경제로 전이돼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