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 여신전생 5: 벤전스', 악마들이 지은 '재미 고봉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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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 여신전생 5: 벤전스', 악마들이 지은 '재미 고봉밥'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4.07.02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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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꽝'... 불편한 탐험·조악한 UI 등 거슬리는 점 산재
모든 단점 덮어버리는 전투와 육성의 재미... 게임 끝까지 텐션 유지

* 본 리뷰는 '진 여신전생 5: 벤전스'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웅기자]
[사진=이지웅기자]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현 세대 게이머들에게 있어 아틀러스를 대표하는 게임은 단연코 ‘페르소나’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UI, 인상깊은 스토리, 커뮤 시스템 등 다양한 개성을 앞세워 JRPG의 새로운 분기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력에 빠져들었고, 기자 역시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고르라고 했을 때 ‘페르소나3’가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입장에서 ‘진 여신전생’ 시리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뿌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본디 원조의 맛을 이해해야 파생작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법이기에,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항상 위시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게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가로부터 기회를 제공받아 ‘진 여신전생5: 벤전스’를 플레이 해봤다. 

UI는 전반적으로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진=이지웅기자]
UI는 전반적으로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진=이지웅기자]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을 켰으나, ’진 여신전생5: 벤전스’(이하 벤전스)의 첫인상은 ‘불합격’이었다. 일단  게임의 기본적인 ‘때깔’이 다소 엉성하다. UI는 다소 조악하고, 자막 폰트도 게임과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 내뱉는 대사와 입모양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맵은 또 어떤가. 아틀러스는 ‘벤전스’의 주요 무대를 세미 오픈월드 방식으로 구현했다. 필드 곳곳에 성장과 육성에 필요한 다양한 수집요소와 함께 서브 퀘스트 NPC를 배치함으로써 탐험의 동기를 이끌어 낸 것은 좋다. 그러나 그 구조가 조금 지나치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복잡한 감이 있다. ‘벤전스’가 ‘진 여신전생 5’의 완전판인 만큼, 이와 관련해 다양한 개선점이 적용됐다. 맵의 고저차를 미니맵 색상을 통해 표현하고, 일종의 빠른 이동을 지원하는 마가츠로(マガツロ)도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시점을 위로 끌어올려 현재 위치하고 있는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는 시점 기능까지 더해졌다. 

이걸로도 충분하지는 않다. [사진=이지웅기자]
이걸로도 충분하지는 않다. [사진=이지웅기자]
뷰를 바꿔도 여전히 복잡한 맵 구성. [사진=이지웅기자]
뷰를 바꿔도 여전히 복잡한 맵 구성. [사진=이지웅기자]
알면 이런 곳에 숨어있지 마. [사진=이지웅기자]
알면 이런 곳에 숨어있지 마. [사진=이지웅기자]

원작과 비교했을 때는 가히 환골탈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원작을 경험해보신 분들의 기준’이다. ‘벤전스’로 ‘진 여신전생5’를 처음 접한 기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요소들로도 맵의 복잡성을 충분히 해소해 주지 못했다. 시야에 바로 보이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20여분을 헤매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에는 성취감 보다는 허탈함이 더 컸다. 또한 ‘벤전스’에는 총 2개의 던전이 존재한다. 취향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 적용된 이동 기믹 역시 과도하거나 엉성한 감이 있었다. 요컨데 기발하다는 느낌보다는 플레이 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주조된 인상이었다. 

'급발진'을 의인화 한다면. [사진=이지웅기자]
'급발진'을 의인화 한다면. [사진=이지웅기자]
던져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깊이는 말투에 비해 얕다. [사진=이지웅기자]
던져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깊이는 말투에 비해 얕다. [사진=이지웅기자]

스토리도 완성도가 떨어진다. 통상적으로 일자식으로 구성된 JRPG에서는 스토리가 게임의 큰 축을 담당한다. 매력적이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는 게임을 끝까지 붙잡게 해주는 큰 원동력이다. 한편 ‘벤전스’의 스토리는 불합격이다. 벤전스는 ‘진 여신전생5’에서 풀어낸 ‘창세의 여신’편과 새로 추가된 ‘복수의 여신’편을 제공한다. 기자는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 ‘날림’식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듣고서는 ‘복수의 여신’ 루트를 따라가기로 했다. 다만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지 않다. 이야기의 템포가 중구난방인 탓에 세계관에 몰입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주요 인물들이 보이는 행동과 감정선 역시 따라가기 어렵다. 워낙에 ‘급발진’하는 순간들이 많은 탓이다. 새로 추가된 캐릭터인 ‘히로미네 요코’를 통해 선택지의 깊이를 더하려는 시도도 엿보이나, 깊이가 얕다. 결국 '벤전스'가 이야기를 통해 플레이어를 어디로 끌고 가고 싶은 건지 파악하기 쉽지가 않다.

[사진=이지웅기자]
[사진=이지웅기자]

이와 같은 단점들이 산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몇날 밤을 새가면서 게임을 클리어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게임이 ‘재미없다’라고 생각한 적은 드물었다. 전투와 육성 시스템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페르소나’가 어느 정도 대중성을 고려하고 만들어진 게임인 만큼, 해당 시리즈의 전투는 비교적 캐주얼 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약점 공략만 충분히 고려한다면 게임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 반면 ‘벤전스’ 전투 시스템의 깊이는 궤가 다르다. 보다 더 깊은 맛이 진하게 우려져 나온다. 

전투를 위해 동료 악마들을 세팅하는 과정부터 흥미롭다. 여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유니크 스킬이다. 이를 통해 속성 공격력을 비약적으로 높이거나, 버프 및 디버프의 효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조합을 구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정 캐릭터가 액티브 파티에 속해 있을 때에만 효과가 나오는 스킬이 있기에 종족 별 시너지도 고려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스스로 생각한 조합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프레스 턴을 활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 [사진=이지웅기자]
프레스 턴을 활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 [사진=이지웅기자]

전투 상황에서는 ‘프레스 턴’ 시스템이 전투 시스템의 전략성을 높여준다. ‘페르소나’ 시리즈가 ‘여신전생’에서 출발한 만큼, 두 IP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 골격은 비슷하다. 공격에는 속성이 부여돼있고, 캐릭터들은 특정 속성에 취약하거나 내성을 가진다. 이 때 적의 취약한 점을 노리거나 치명타를 넣는 데 성공하면 추가적인 턴이 부여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적을 ‘찍어 누르는’ 것이 전투의 핵심 전략이다. 

다만 ‘벤전스’에는 리스크가 크다. ‘페르소나’에서 속성 공략에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 요소는 기껏해야 딜 로스 정도로 그친다. ‘벤전스’에서는 보다 치명적인 일이 벌어진다. 특정 유니크 스킬이 없다면, 적이 플레이어의 속성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흡수할 경우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턴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이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전투에 임하게 하는 요소다.

[사진=이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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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도 능동적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사진=이지웅기자]
적들도 능동적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사진=이지웅기자]

전투의 양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인 ‘마가츠히’ 시스템도 ‘벤전스’의 백미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거나, 맵에 산재해 있는 오브를 획득하면 ‘마가츠히’를 사용할 수 있는 게이지가 차오른다. 이 게이지가 끝까지 찼을 때 특정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스킬은 모든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을 치명타로 바꿔주는 효과를 가진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치명타를 넣으면 추가적인 턴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한 순간에 몰아쳐 높은 딜을 꽂을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마가츠히’가 존재한다. 주인공 고유의 ‘마가츠히’ 뿐만 아니라, 동료 악마들의 ‘마가츠히’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부 및 부적 아이템을 모아야 한다. 이들의 스킬 역시 강력한 딜과 함께 버프, 디버프를 부여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알맞는 활용법을 고려했을 경우 충분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높게 설정된 난이도가 전투의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으레 일반적인 JRPG에서는 주인공 파티가 어느 정도 강해졌을 때, 필드 몬스터들은 기껏해야 레벨과 올리고 재화를 얻기 위한 ‘노가다’의 재료로 쓰이기 일쑤다. ‘벤전스’에서는 다르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프레스 턴’ 시스템 덕분이다. 플레이어가 적을 찍어 누르듯, 적 역시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다. 관성적인 플레이를 이어나가면 빈번하게 게임 오버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사진=이지웅기자]
[사진=이지웅기자]
힘캐는 언제나 로망이다. [사진=이지웅기자]
힘캐는 언제나 로망이다. [사진=이지웅기자]

전투를 성립하게 하는 수집과 육성의 요소도 흥미롭다. 특정 스토리 진행 시 자동적으로 파티에 합류하는 ‘게스트’ 멤버를 제외하고, ‘벤전스’에서 악마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악마와의 전투를 벌일 때 회화를 통해 영입하는 것이다. 이 때 그 대화의 선택지가 많고, 종잡을 수가 없다. 잘못된 선택지를 고를 경우 자신의 턴이 모두 소모되고 적 악마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대화 실패의 리스크가 꽤나 큰 편이다. 또한 설득 파트에 진입하더라도 아이템이나 HP, MP등을 악마에게 넘겨야 한다. 이러한 부담을 이겨내고 악마를 동료로 영입했을 때의 분명한 쾌감이 있다. 여기에 악마 별로 서로 다른 말투와 대화 양상은 게임의 무거운 분위기를 다소 환기시켜 주기도 한다. 특히 실루엣을 보고 악마를 맞춰야 하는 퀴즈는 이 시스템의 소소한 백미다. 이렇게 얻은 악마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악마를 만들 수 있다.

한편 ‘벤전스’에는 ‘적성’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는 사용하는 스킬의 효율을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물리 공격의 적성이 높은 악마는 적성이 낮은 악마보다 더 강력한 물리 데미지를 넣을 수 있다. 회복, 버프, 디버프도 마찬가지다. 악마 합체를 통해 재료 악마의 스킬을 전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성에 최적화된 스킬 셋을 짜는 재미도 출중하다. 

육성의 재미도 높다. 크게 주인공 육성과 악마 육성으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주인공의 경우, 레벨업과 함께 힘,체력, 마력, 속도, 운 스탯을 분배할 수 있다. 전체적인 스탯이 고루 올라가는 동시에, 수치를 한 스탯에 몰아 넣어 특정 기능 수행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압도적인 딜을 뽑을 수 있는 ‘힘캐’에 대한 로망이 있어 모든 수치를 힘에 몰아줬다. 물론 ‘신약의 석판’ 아이템을 통해 스탯 초기화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것 저것 실험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 

끝까지 활용 가능한 스킬이 많다. [사진=이지웅기자]
끝까지 활용 가능한 스킬이 많다. [사진=이지웅기자]
육성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 [사진=이지웅]
육성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 [사진=이지웅]

악마를 육성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통 동장르 게임에서는 일종의 ‘최종 세팅’이 결정돼 있다. 그 전까지 얻는 스킬, 동료 등은 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벤전스’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유니크 스킬과 더불어, 특수한 전용기가 캐릭터의 활용도를 끝까지 잃지 않게 해준다. 일례로 ‘벤전스’에도 등장하는 ‘요시츠네’의 전용기 ‘팔척 뛰기’ 적 전체에게 8회 물리 데미지를 넣는 기술이다. 이 때 확정적으로 크리티컬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높다. 이 외에도 광역 주살 데미지 스킬 ‘죽어줄래?’를 가지고 있는 앨리스, 속성 관통 크리티컬 공격기 ‘게 볼그’를 가지고 있는 쿠 홀린 등 스토리 종반까지 끌고 갈만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악마가 다수 존재한다. 조합 및 전투 맥락에 따라서 조합 최종 단계에 있는 악마들보다 효과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도 있다. 여기에는 스펙 문제가 따라 붙는다. 아무리 활용성이 높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한들 기본적인 스탯 성능이 좋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벤전스’에서는 주인공 레벨까지 동료 악마를 레벨업 시킬 수 있는 ‘마도서’와 스탯을 올리게 해주는 ‘향’ 시스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작업만 거친다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악마를 최종장까지 데려갈 수 있다.

허물 시스템이 육성의 재미에 방점을 찍는다. 허물은 동료 악마의 레벨을 요구치까지 올리거나, 맵 탐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은 물론이고 동료 악마의 스킬을 유동적으로 세팅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의 경우, 허물을 통해 속성 내성 여부를 조정할 수 있다. 주인공이 죽으면 게임이 바로 끝나기 때문에, 보스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이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면서 내성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사진=이지웅기자]
[사진=이지웅기자]

총평: ‘벤전스’는 전투와 육성 콘텐츠들의 시너지를 통해 게임 끝까지 일관된 텐션을 유지한다. 다른 JRPG들은 종국에 가까워질 수록 수동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자기만의 ‘필살’ 조합을 찾아내는 순간 전투는 지루해진다. 능동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헤쳐나가기 보다는 주어진 스토리를 끝까지 감상하기 위한 관성적 플레이가 뒤따라온다. ‘벤전스’의 재미는 정 반대의 재미를 선사한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사실상 스토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점점 게임이 제공하는 전략성의 원초적 재미에 깊게 빠져들게 된다. 이에 종국까지 든든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한줄평: 진하디 진한 원조의 맛, 일단 삼켜봐라

별점: ★★★★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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