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인사이트 녹경 기자] “이번에 비상장 회사를 하나 인수하기로 했어요. 90억원에. 우리 돈으로 인수한 건 아니고 전환사채(CB) 발행해서 인수하는 거지” 무자본 M&A 업계에서 소위 ‘회장’으로 불리는 A씨의 말이다.
A씨가 인수한다는 비상장 회사는 2000년대초 최고의 대중성을 보였던 플랫폼 기업이다. 현재는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바람이 불었던 지난 2021년에도 관련주로 언급된 상장사들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해당 비상장회사는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의 매각 소식은 아직까지 없다. 심지어 M&A 시장에 실제 매물로 나오기는 했었는지 조차도 확실치 않다는 전언이다.
무자본 M&A 세력들은 적당한 상장사 또는 비상장사를 물색해 인수한 뒤 주가 부양을 시작한다. A씨의 상장회사가 쉘(Shell)이라면 인수하려던 비상장회사가 펄(Pearl)이 된다. 비상장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온갖 신사업 혹은 좋은 뉴스거리가 뿌려진다. 이후 모회사인 상장회사 주가가 갑자기 오르면 더 많은 개미들이 따라붙는다. 개미들 상당수도 테마의 실체는 관심이 없다. 단지 달리는 말에 올라탈 생각뿐이다.
해묵은 재료가 새로운 주가 조작의 재료가 되는 것은 국내 증시에선 흔한 모습이다. 지난 2018년 국내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테마 중 하나는 ‘보물선’ 돈스코이호다. 신일그룹은 울릉도 앞바다에 수몰된 이 배에 150조원 가치의 보물이 실려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당시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장사는 제일제강(현 제이스코홀딩스)이다.
제일제강을 인수를 추진하던 인물 중 신일그룹의 대표가 있었다. 신일그룹은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해 보물선 인양 후 수익을 배당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았지만 사기라는 것이 드러났고 관계자들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보물선 테마는 제일제강에 앞서 2000~2001년에도 등장한바 있다. 최초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동아건설이다. 2000년 12월 워크아웃 대상이던 동아건설은 보물선 발견 소식을 전했고 주가가 10배나 올랐지만, 이듬해 상장폐지 됐다.
최근 한 코스닥 상장사 B사는 몰리브덴 광산을 채굴한다며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몰리브덴은 반도체, 2차전지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석이다. 그러나 해당 광산은 이미 1960년대부터 생산했던 광산으로 수차례 폐광과 재가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6년에도 한 비상장사가 해당 광산을 채광한다고 나섰다. 비상장사가 인수한다는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3개월여 만에 상장폐지 됐다.
초전도체 관련주로도 언급됐던 엔터회사 C사는 초전도체에 앞서 2차전지 셀 제조 비상장사가 최대주주로 변경된다고 공시한바 있다. 사우디서 전기차 배터리와 2차전지를 제조한다고 밝혔던 해당 비상장사는 이미 2010~2011년 전기차 제조업체라고 주장하던 ‘레오모터스’ ‘레오비앤티’와 뿌리가 같다. 당시 레오모터스는 1회 충전에 10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양산, 판매한 전기차는 전무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증시가 어려울 때 보물, 광산 등의 테마주가 뜨곤 한다”면서 “무자본 M&A 세력들 역시 단기성 테마 재료를 찾기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 핫한 테마를 찾아 붙이다 보니 테마와 재료가 반복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외 광산 등의 신사업 소식의 경우 투자자들이 실체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인사이트 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